[좋은글] 좋은 사람때문에

김성희

좋은 사람 때문에…

초가을 비 맞으며 산에 오르는 사람은 그 까닭을 안다
몸이 젖어서 안으로 불붙는 외로움을 만드는
사람은 그 까닭을 안다

후두두둑 나무기둥 스쳐 빗물 쏟아지거나
풀이파리들 더 꼿꼿하게 자라나거나
달아나기를 잊은 다람쥐 한 마리
나를 빼꼼히 쳐다보거나
하는 일들이 모두
그 좋은 사람 때문이라는 것을 안다

이런 외로움이야말로 자유라는 것을
그 좋은 사람 때문이라는 것을 안다

– 이성부의《지리산》중에서 –

[仁重 – 생각]
그저 생각만 해도 마음 한 구석이 따뜻해지는 사람이 있습니다.
비가 내리는 아침이나 창밖을 내다보며 차 한잔의 온기를 느끼고 있을 때
문득 생각이 나 전화를 할까 전화기 주변을 서성거리게 하는 사람.

보고파 눈물짓게 하는 그리움은 아니지만
가끔씩 그리움에 우체함을 열어 보게 하는 사람.

마음 속에 그런 사람이 있습니다.

이미지. 김성희 作

<이성부> 봄

 

 

봄 / 이성부

기다리지 않아도 오고

기다림마저 잃었을 때에도 너는 온다.

어디 뻘밭 구석이거나

썩은 물 웅덩이 같은 데를 기웃거리다가

한눈 좀 팔고, 싸움도 한판 하고,

지쳐 나자빠져 있다가

다급한 사연 들고 달려간 바람이

흔들어 깨우면

눈 부비며 너는 더디게 온다.

더디게 더디게 마침내 올 것이 온다.

너를 보면 눈부셔

일어나 맞이할 수가 없다.

입을 열어 외치지만 소리는 굳어

나는 아무것도 미리 알릴 수가 없다.

가까스로 두 팔을 벌려 껴안아보는

너, 먼 데서 이기고 돌아온 사람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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