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부> 봄

 

 

봄 / 이성부

기다리지 않아도 오고

기다림마저 잃었을 때에도 너는 온다.

어디 뻘밭 구석이거나

썩은 물 웅덩이 같은 데를 기웃거리다가

한눈 좀 팔고, 싸움도 한판 하고,

지쳐 나자빠져 있다가

다급한 사연 들고 달려간 바람이

흔들어 깨우면

눈 부비며 너는 더디게 온다.

더디게 더디게 마침내 올 것이 온다.

너를 보면 눈부셔

일어나 맞이할 수가 없다.

입을 열어 외치지만 소리는 굳어

나는 아무것도 미리 알릴 수가 없다.

가까스로 두 팔을 벌려 껴안아보는

너, 먼 데서 이기고 돌아온 사람아.

 

 

[좋은글] 지금, 여기, 왜

법륜, 지금 여기 깨어있기

 

우리는 늘 현재의 자기 직분을 놓칩니다.

무엇인가를 배우러 와 놓고는 남을 가르치는 사람도 있고
가르치러 왔는데 그걸 방임하는 사람도 있고,
도움을 받은 것에 대해 감사해야 할 사람이
오히려 도움을 준 사람을 욕하기도 합니다.

지금
여기

이 세 가지에 늘 깨어있으면
삶에 후회라는 건 있을 수 없습니다.

지금 깨어있지 못하기 때문에
지나고 보면 후회할 일이 생깁니다.

 

– 인용글. 법륜스님의 ‘지금 여기 깨어있기’ 중에.
– 이미지. 국립현대미술관 기획전 – 한정식 작가님의 ‘고요’ 시리즈 중

 

[좋은글] 그리운 맛은, 그리운 기억을 호출한다 – 이기주

황선화 작가의 '나비의 사랑'

 

나 역시 나이가 들수록 유독 맛보고 싶은 음식이 있다.
대학 시절 학교 쪽문에서 호호 불어가며 먹던 칼제비의 푸짐함이 그립고,
이거 다 비워야 키 큰다”며 할머니가 만들어준 콩국수의 맛도 잊을 수 없다.

돌이켜보면 그런 음식 곁엔 특정한 사람과 특정한 분위기가 있었던 것 같다.

음식을 맛보며 과거를 떠올린다는 건, 
그 음식 자체가 그리운 게 아니라 함께 먹었던 사람과 분위기를 그리워 하는 건지도 모른다.

그리운 맛은, 그리운 기억을 호출한다.

                                                                              – 인용. 이기주, ‘언어의 온도’ 중에서

2017.08.19.

오랜만에 누님 개인전을 다녀오는 외출길에

[좋은글] 독버섯 이야기

 

등산을 하던 아버지와 아들이 있었습니다.

아버지가 등산용 스틱으로 버섯을 툭툭 치면서 이야기해요.

“잘 봐, 이게 독버섯이야, 먹으면 죽어.”

아들이 그 얘기를 듣고 “아, 이게 독버섯이구나.”하고 지나갔습니다.

그 얘기를 들은 어린 독버섯이 충격을 받고 쓰러지면서 말했습니다.

“아, 내가 독버섯이구나. 난 누군가를 죽이는 존재구나.

 내가 저렇게 예쁜 애를 죽일 수 있는 존재라니! “

어린 독버섯이 슬퍼할 때 곁에 있던 다른 독버섯이 친구의 어깨를 받치며 이야기했습니다.

“아니, 저건 식탁 위의 이야기고, 인간의 논리야

 넌 내 친구야, 넌 쟤네 먹으라고 태어난 게 아니고

 나랑 친구하려고 태어난 거야.”

– 신영복님의 “담론” 중에서

[샘앤파커스] 멈추면, 비로소 보이는 것들 – 혜민

 

# 멈추면, 비로소 보이는 것들

나는 삼십대가 된 어느 봄 날,
내 마음을 바라보다 문득 세 가지를 깨달았습니다.

이 세 가지를 깨닫는 순간,
나는 내가 어떻게 살아야 행복해지는가를 알게 되었습니다.

첫째는, 내가 상상하는 것만큼 세상 사람들은 나에 대해 그렇게 관심이 없다는 사실입니다.

둘째는, 이 세상 모든 사람이 나를 좋아해줄 필요가 없다는 깨달음입니다.

셋째는, 남을 위한다면서 하는 거의 모든 행위들은 사실 나를 위해 하는 것이었다는 깨달음입니다.

그러니 제발, 내가 정말로 하고 싶은 것,
다른 사람에게 크게 피해를 주는 일이 아니라면

남 눈치 그만 보고, 내가 정말로 하고 싶은 것 하고 사십시오.
생각만 너무 하지 말고 그냥 해버리십시오.

왜냐하면 내가 먼저 행복해야 세상도 행복한 것이고
그래야 또 내가 세상을 행복하게 만들 수 있기 때문입니다.

우리 인생, 너무 어렵게 살지 맙시다.

P. 127~129


Coffee Break.


순간순간 사랑하고, 순간순간 행복하세요. 그 순간순간이 모여 당신의 인생이 됩니다. - 혜민스님


2012.9.3

“휴식”을 선물받다.

대원외고에서 仁重

 

[좋은글] 하루 종일 비가 내리는 날은

 


하루 종일 비가 내리는 날은

사랑에 더 목마르다

온몸에 그리움이 흘러내려

그대에게 떠내려가고 싶다

여기저기 흩어져 있던 그리움이

구름처럼 몰려와

내 마음에 보고픔을 쏟아놓는다

하루 종일 비가 내리는 날은

온몸에 쏟아지는 비를 다 맞고서라도

마음이 착하고 고운

그대를 만나러 달려가고 싶다

– 용혜원의 시 《하루 종일 비가 내리는 날은》 중에서 –

P.S.

어디 비가 내리는 날만이 그대가 더 보고 싶겠습니까.

온세상이 하얗게 첫눈이 내리는 날도

퇴근길에 문득 바라본 우체통을 보는 순간에도

나른한 오후,

데스크 서류 더미 너머로 보이는 사진액자속에서도

사랑하는 이는 항상 보고 싶고

만나고 싶답니다.

– 따뜻한 비-

 

[좋은글] 나이를 먹어 좋은 일이 많습니다.

 

나이를 먹어 좋은 일이 많습니다.

조금 무뎌 졌고,
조금 더 너그러워 질 수 있으며
조금 더 기다릴 수 있습니다.

고통이 와도 언젠가는 설사 조금 오래 걸려도
그것이 지나갈 것임을 알게 되었습니다.

내가 틀릴수도 있다고 문득 문득 생각하게 됩니다.

사랑이란 이름으로 학대가 일어날 수도 있고
비겁한 위인과 순결한 배반자가 있다는 것도 알게 되었습니다.

사랑한다고 꼭 그대를 내 곁에 두고 있어야 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도 알게 되었습니다.

잘못된 사랑은 사랑이 아닐까?
나이를 많이 먹은 지금 나는 고개를 저어 봅니다.
잘못된 것이었다해도 그것 역시 사랑일 수는 없을까요?

그것이 비참하여 씁쓸하고 뒤돌아 보고 싶지 않은
현실만 남기고 끝났다해도
나는 그것을 이제 사랑이었다고 이름 붙여주고 싶습니다.

나를 버리고 인간의 기억이란
이토록 끈질기며 이기적 이란것도 깨달았습니다.

이제는 다만 영혼을 위해 기도합니다.
아직 다 용서 할 수 없다해도 기도할 수 있다는 것은 정말로 다행입니다.

우리 생애 한 번만이라도 진정한 용서를 이룰 수 있다면
그 힘겨운 피안에 다다를 수 있다면
기억위로 세월이 덮이면 때로는 그것이 추억이 될테지요

삶은 우리에게 가끔 깨우쳐 줍니다.

머리는 최선을 다하고 있지만
마음이 주인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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