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갤리온] 멀리 가려면 함께 가라 – 이종선

 

# 멀리 가려면 함께 가라 – 이종선

나는 책을 깨끗하게 보려 노력하는 편이다.

가급적 표지를 손상시키지 않으려 하는 편이고, 책 속에 밑줄을 긋거나 낙서를 하는 것을 금기시 하는 편이다.

다만, 책을 다 읽고 난 후 책의 속지 첫장에 서평을 짧게 쓰는 편인데, 그나마도 요즘은 그냥 책을 다 읽은 날짜와 장소를 써 둘 뿐이다.

내가 이렇게 나의 책 읽는 습관을 쓰는 이유는

어제 서점에서 발견한 책에 앞서 말한 모든 습관에 어긋나는 행동을 했기 때문이다.

이종선님의 <멀리 가려면 함께 가라>라는 책은 시종일관 나의 얼굴에 미소를 짓게 하며 어딘가에 끊임없이 메모를 하게 했다.

처음에는 근처 손닿는 거리에 있는 종이에 끄적거리기 시작했는데 어느쯤부터는  책의 하단을 접어 두어야 했다.

그러다가 안되겠다 싶어 연필을 들고 살짝 느낌표를 표시했고, 마지막에는 밑줄을 긋는 나를 발견해야 했다.

이 문장을 꼭 기억했다가 누군가에 전해주어야지 하는 나의 작은 욕심에서 출발한 나의 작은 표식들은 책 중반을 넘어가며 눈덩이처럼 불어났고, 난 결국 이 책 자체를 누군가에게 선물하는게 낫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얼마만인지 모르겠다.

마음에 드는 작가를 만나는 기쁨이라는 것이.

대학시절, 신경숙님의 소설에 나타난 1인칭 ‘나’라는 화법이 나의 마음을 끌었다면,

졸업 후 한젬마님의 <그림 읽어주는 여자>의 진솔한 감정이 심정적 공감을 이끌어주었고,

절필 후 다시 글을 쓰기 시작한 공지영님의 <수도원기행>과 동료 선생님이 선물해주신 이병률님의 <끌림>은 나와 같은 시선으로 세상을 바라보고 있다는 생각을 하게 했다. 이제 다시 이종선님의 따뜻한 감성이 나의 심금을 울리며 다가선 것은 정말 고마운 만남일 듯 싶다.

늘 주변에 있는 분들께 좋은 책을 추천해 주기를 부탁하고는 한다.

딱히 인터넷 서평만으로 책을 구입하기에는 너무 가벼운 책들이 많기 때문이다.(이는 어디까지 개인적인 생각이다.)

하지만 오늘처럼 나에게 너무 잘 맞는 책을 발견하는 날에는 아주 마음이 맞는 소울메이트를 만난 것처럼 기쁘고 한장 한장 책장을 넘기는 손길에 애착이 가는 것을 느낀다.

사회생활을 하면서 부딪히는 수많은 일들 중 가장 어려운 것은 사람들과의 어울림이다.

아마도 저자가 독자에게 전하고 싶은 메세지를 정리하자면 이 책의 첫장에 있는 어린왕자 이야기에 있지 않을까 싶다.

“세상에서 가장 어려운 일이 뭔지 아니?”
“흠, 글쎄요. 돈 버는 일? 밥 먹는 일?”
“세상에서 가장 어려운 일은 사람이 사람의 마음을 얻는 일이란다.”

일요일 아침,

책의 마지막 장을 덮으며 나도 모르게 전화기를 만지작 거린다.

통화연결음이 끝나고 오랫동안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오면 아주 환한 목소리로 첫 인사를 해야겠다.

오랜만이지?

– 2009 따뜻한 비.

 

야생동물들이 우글거릴 것 같은 아프리카 속담중에 이런 게 있다.
빨리 가려면 혼자서 가라. 그러나 멀리 가려면 함께 가라.
그 말은 우리의 삶에도 최선의 답이다.
– p.2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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