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비] 엄마를 부탁해 – 신경숙

 

엄마를 부탁해.

“엄마에게 너란 존재가 딸이 아니라 손님이 된 듯한 기분을 느낀 것은 엄마가 네 앞에서 집을 치울 때였다. 어느날부턴가 엄마는 방에 떨어진 수건을 집어 걸었고, 식탁에 음식이 떨어지면 얼른 집어냈다. 예고 없이 엄마 집에 갈 때 엄마는 너저분한 마당을, 깨끗하지 못한 이불을 연방 미안해했다. 냉장고를 살피다가 네가 말려도 반찬거리를 사러 시장엘 나갔다. 

가족이란 밥을 다 먹은 밥상을 치우지 않고 앞에 둔 채로도 아무렇지 않게 다른 일을 할 수 있는 관계다. 어질러진 일상을 보여주기 싫어하는 엄마 앞에서 네가 엄마에게 손님이 되어버린 것을 깨달았다. “

                                                                   – 신경숙, 엄마를 부탁해. 창비(2008)

 

 

단 하루만이라도 엄마와 같이
있을 수 있는 날이 우리들에게 올까?
엄마를 이해하며 엄마의 얘기를 들으며
세월의 갈피 어딘가에 파묻혀 버렸을 엄마의 꿈을
위로하며 엄마와 함께 보낼 수 있는 시간이 내게 올까?
하루가 아니라 단 몇 시간만이라도 그런 시간이 주어진다면
나는 엄마에게 말할 테야. 엄마가 한 모든 일들을,
그걸 해낼 수 있었던 엄마를, 아무도 기억해주지
않는 엄마의 일생을 사랑한다고.
존경한다고.

[문학동네] 어디선가 나를 찾는 전화벨이 울리고 – 신경숙

 

# 어디선가 나를 찾는 전화벨이 울리고

왜 그때 그러지 못했나, 싶은 일들.

살아가면서 순간순간 아, 그때!
나도 모르게 터져나오던 자책들.

그 일과는 상관없는 상황에 갑자기 헤아리게 된 
그때의 마음들,
앞으로 다가오는 어떤 또다른 시간 앞에서도 이해가 불가능하거나 의문으로 남을 일들.

p.366

Cofee Break.

갓 대학 캠퍼스에 발을 내딛던 시절, 교양국어시간 리포트를 준비하며 처음으로 신경숙님의 소설을 읽었다.

스무살의 가슴앓이를 하면서 작가가 이야기 하는 아픔을 같이 공감하며, 나의 대학생활은 일정부분 그렇게 흘러간 것 같다.

그리고 얼마간의 시간이 흐른 지금,

아직도 난 내가 처음 읽었던 작가의 첫 이야기를 기억한다.

… 사랑했으나 뜻대로 되지 않았던 이들에게 바친다.

– 따뜻한 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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