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세이] 도서관 나의 자리… 다시 시작이다…!!

내 학문의 시작.

학교 선생님들과 양평으로 야유회를 다녀와, 저녁 무렵에 있는 출판 관련 프로젝트 모임에 참석차 대학교 교정을 밟았습니다. 예정보다 일찍 들어선 교정에 새로 단장한 중앙도서관이 유독 저의 눈에 들어오는 것은 무슨 이유였을까요.

늘 지나다니는 건물이건만, 오늘따라 제 눈 가득 담겨오는 도서관의 모습은 오랜만에 만나는 친구의 다정함처럼 반갑고 다정스러워 보였습니다.

도서관에 들어서며,

문득 언제부터인지 마음 편하게 공부하는 시간을 가져 보지 못하며 지내오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늘 무엇인가에 쫓기듯이 책장을 넘겨야 했고, 날짜에 맞추듯이 작업을 진행해야 했으니까요.

대학원 생활과 교직 생활 그리고 나름대로의 이유를 들어가며 찾아가는 핑계들 저편에는 궁색한 변명으로 인한 부끄러움과 목적과 수단이 뒤바뀐 현재의 모습이 드러나는 것 같아 마음 한편이 저려왔습니다.

마음의 여유를 갖지 못한채 지나온 시간들…
그 시간만큼 가슴 한 구석을 아려오는 아쉬움은 지금 이 시간 저의 발거움을 무겁게 했습니다.

리모델링으로 예전보다 더 깔끔해지고 세련되어진 도서관 내부는 아직 정리되지 못한 부분들로 인해 조금은 어수선해 보였습니다.

    “당기시오”

열람실 문에 붙어 있는 글귀를 따라 힘차게 열고 들어간 열람실 안.

비가 오는 날이면 어김없이 찾아나섰던 열람실 나의 자리는 새로운 봄단장으로 인해 예전의 모습을 감추어 버리고 없었지만, 그때의 시간속에 가졌었던 행복한 마음가짐들은 고스란히 나의 마음속에 다시금 솟아 나고 있었습니다.

얼마만의 기쁨인지…

  무엇인가에 심취할 수 있다는 것.
  내가 하고 싶은 그 무엇이 있다는 것.
  그리고 지금 내가 그 무엇인가를 하려 한다는 것.

이 모든 것을 소중한 선물인듯 감사히 받아 안으며 자리에 앉아 책을 펼쳤습니다.

  언제일지 모르겠습니다.
  새롭게 자리 잡아가는 나의 자리에서,
  이 자리가 익숙해질때까지 나는 아주 많은 시간을 투자하여야 할 것 같습니다.

그 인내의 시간 속에서, 나의 학문이, 나의 마음이, 조금은 더 성숙할 수 있게 되기를 기도하여 봅니다.

– 2004년 4월 27일 (화)
– 고려대 중앙도서관에서…
– 황인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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