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7. 이별이었구나.
어느덧 일을 마치고 돌아올 때가 되었다. 개와 마지막으로 따뜻한 인사를 나눴다. 주인이 돌아오면 내가 해주었던 것보다 훨씬 더 잘 보살펴줄것이었다.
내가 떠난 다음 날인가, 후배 부부는 돌아왔고 며칠 후, 전화 통화를 하면서 개의 안부를 들을 수 있었다.
“그동안 개가 말 잘 들었지요? “
“그럼, 너무 착해서 아무 문제 없었어.”
“근데 선배가고 돌아와 보니 마루에다 먹은 걸 토해놨더라구요. 챙겨준 사료는 건드리지도 않았구요.”
“아니, 왜? 나 있을 땐 아무렇지 않았는데. 어디 아픈 거야?”
“아뇨. 선배 여기 올때 큰 여행가방 가지고 왔을 거 아니에요? 떠날 때는 큰 여행가방 들고 나가셨을 거구요. 개가 여행가방에 민감해요. 정들었는데 떠나는 걸 알고 마음이 많이 안 좋았나봐요.”
아, 이별이었구나.
나는 돌아와 정신없이 일에 매달리느라 한 번도 뒷일을 생각을 해본 적이 없었는데 이별이 아팠구나. 미안하다. 나, 이토록 텁텁하게 살아서. 정말 미안하다. 음식을 만들면서도 음식에다 감정을 담는 것인데 하물며 나라는 사람, 이렇게 모른 척 뻣뻣하게 살아가고 있어서.
-인용. 이병률 산문집. ‘바람이 분다 당신이 좋다’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