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글] 인연설 – 한용운

 

사랑하는사람앞에서 사랑한다는 말은 안합니다.
아니하는 것이 아니라 못하는 것이 사랑의 진실입니다.

잊어버려야 하겠다는 말은 잊을 수 없다는 말입니다.
정말 잊고 싶을 때는 말이 없습니다.

헤어질 때 돌아보지 않는 것은 너무 헤어지기 싫기때문입니다.
그것이 헤어지는 것이 아니라 같이 있다는 말입니다.

사랑하는 사람앞에서 웃는 것은 그만큼 그 사람과 행복하다는 말입니다.
그러나 알수없는 표정은 이별의 시점입니다.

떠날 때 울면 잊지 못하는 증거요 뛰다가 가로등에 기대어 울면
오로지 당신만을 사랑한다는 말입니다.

함께 영원히 있을 수 없음을 슬퍼 말고
잠시라도 같이 있을 수 없음을 노여워 말고
이만큼 좋아해 주는 것에 만족하고

나만 애태운다고 원망 말고
애초롭기까지 한 사랑 할 수 없음을 감사하고

주기만 하는 사랑이라 지치지 말고
더 많이 줄 수 없음을 아파하고

남과 함께 즐거워한다고 질투하지 말고
이룰 수 없는 사랑이라 일찍 포기하지 말고

깨끗한 사랑으로 오래 간직할 수 있는
나는 당신을 그렇게 사랑하렵니다.

– 만해 한용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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