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997년, 라디오 방송 ‘가요산책’에서 들은 이야기를 써 봅니다. –
우리집은 신문을 두개를 봐요.
한 개는 돈을 내고 보는거구요, 한 개는 그냥 언제부터인가 넣어주는 거예요.
그런데 매일 아침 신문을 가지려 가면 항상 한 개는 아무렇게나 놓여 있고, 다른 한 개는 가지런하게 놓여 있답니다.
그러니까 한 개는 던진거구 한 개는 갖다 놓은 거죠.
신문을 가지러 갈 때마다 신문을 가져다 준 아저씨는 어떤 분일까 생각을해요.
가지런하게 신문을 가져다 놓은 아저씨는 아마 마음씨도 가지런하지 않을까요.
물론 신문 하나로 그 사람을 평가할 수는 없겠지만 말이에요.
그래도 확실한 것은 마음은 어떻게든 드러난다는 거예요.
아무리 감추려고 노력해도 신문을 가져도 놓는 그 손에서는 이미 그 아저씨의 마음이 드러나고 있으니까요.
아침에 일찍 일어나기 때문에 우리집 신문은 항상 제가 가지고 와요.
신문을 가지러 가면서 나 자신을 되돌아 보고는 한답니다.
얼마나 나 스스로는 가지런한 마음을 갖고 있는지를 말이에요.
신문 하나가 나의 선생님이 되고 있는 셈이죠.
별로 재미있지 않은 얘기로 편지를 보내네요.
그래도 조금이나마 생각하는 시간이었으면 싶네요.
아참, 그리구요.
던져 받는 신문이 우리집에서 돈을 내고 보는 신문이에요.(*)
P.S.
” 오로지 마음으로 보아야 잘 보이는 거야.
가장 중요한 건 눈에는 보이지 않는단다. “
It is only with the heart that one can see rightly;
what is essential is invisible to the eyes.
– Antoine De Saint-Exupery
아무리 감추려 애를 써도 그 사람이 갖고 있는 마음은 언젠가는 느껴지게 마련입니다.
– 2005년 1월 9일
– 따뜻한 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