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8월의 크리스마스
“내 기억속의 무수한 사진들처럼
사랑도 언젠가는 추억으로 그친다는 걸 난 알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당신만은 추억이 되질 않았습니다.
사랑을 간직한 채 떠날 수 있게 해준 당신께 고맙단 말을 남깁니다.”
– 다림에게 유정원
– 1998, 영화 <8월의 크리스마스> 중에서

# 8월의 크리스마스
“내 기억속의 무수한 사진들처럼
사랑도 언젠가는 추억으로 그친다는 걸 난 알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당신만은 추억이 되질 않았습니다.
사랑을 간직한 채 떠날 수 있게 해준 당신께 고맙단 말을 남깁니다.”
– 다림에게 유정원
– 1998, 영화 <8월의 크리스마스> 중에서
# 먼 훗날 우리
“소중한 이를 잃기 전에 미안하다고 말하세요.”
“더 늦기 전에 사랑한다고 말하세요.”
– 인용. 영화 “먼 훗날 우리” 중에서
샤오샤오
이제 곧 또 춘절이구나.
방금 찐빵을 두통 쪘단다.
찐빵을 꺼낼 때
뜨거운 김이 올랐지
올해도 네 몫을 남겨 놓으마
내가 늘 말한대로
밥은 집에서 먹는게 최고지
밖에서 사 먹는 건 시원찮잖니
너한테 음식을 보내고 싶었는데
젠칭한테 못 물어보겠더라.
요새 젠칭이 부쩍 철이 든 것 같아
다 네 덕분이지
…
인연이란 게
끝까지 잘 되면 좋겠지만
서로를 실망시키지 않는 게 쉽지 않지
좀 더 세월이 흘러
나이가 들면
깨닫게 될 거란다.
부모에겐 자식이 누구와 함께하든
성공하든 말든 그건 중요치 않아
자식이 제 바람대로 잘 살면 그걸로 족하다.
건강하기만 하면 돼.
…
너희들이 함께 하지 못해도
넌 여전히 우리 가족이란다.
샤오샤오
밥 잘 챙겨먹고
힘들면 언제든 돌아오렴.
– 원작. 류뤄잉의 “춘절, 귀가”
#사람이 온다 – 이병률
바람이 커튼을 밀어서 커튼이 집 안쪽을 차지할 때나
많은 비를 맞은 버드나무가 늘어져
길 한가운데로 쏠리듯 들어와 있을 때
사람이 있다고 느끼면서 잠시 놀라는 건
거기 사람이 있기 때문이다….
낯선 곳에서 잠을 자다가
갑자기 들리는 흐르는 물소리
등짝을 훝고 지나가는 지진의 진동
밤길에서 마주치는 눈이 멀 것 같은 빛은 또 어떤가
마치 그 빛이 사람한테서 뿜어나오는 광채 같다면
때마침 사람이 왔기 때문이다.
잠시 자리를 비운 탁자 위에 이파리 하나가 떨어져 있거나
멀쩡한 하늘에서 빗방울이 떨어져서 하늘을 올려다볼 때도
누가 왔나 하고 느끼는 건
누군가가 왔기 때문이다.
팔목에 실을 묶는 사람들은
팔목에 중요한 운명의 길목이
지나고 있다고 믿는 사람들이겠다.
인생이라는 앞들을 메단 큰 나무 한 그루를
오래 바라보는 이 저녁
내 손에 굵은 실을 매어줄 사람 하나
저 나무 뒤에서 오고 있다.
실이 끊어질 듯 손목이 끊어질 듯
단단히 실을 묶어줄 사람 위해
이 저녁을 퍼다가 밥을 차려야 한다.
우리는 저마다
자기 힘으로 닫지 못하는 문이 하나씩 있는데
마침내 그 문을 닫아줄 사람이 오고 있는 것이다.
– 인용. 이병률, 시집 ‘바다는 잘 있습니다’ 중에서
– Reflection on the Thames Westminister / 존앳킨슨그림쇼
– 127cm x 76.2cm / 1880 / 리즈미술관 Leeds Art Gallery / 영국
#차를 마셔요, 우리
오래오래 참고
기다리는 법을 배우고 싶거든
차를 마셔요, 우리
뜻대로만 되지 않는 세상일들
혼자서 만들어 내는 쓸쓸함
남이 만들어 준 근심과 상처들을
단숨에 잊을 순 없어도
노여움을 품지 않을 수 있는
용기를 배우며 함께 차를 마셔요.
이해인 수녀님의《다른 옷은 입을 수가 없네》에 실린 시 <차를 마셔요, 우리> 중에서 –
노자의 <도덕경>에 ‘천망회회 소이불루’라는 구절이 있다.
‘하늘의 그물은 굉장히 크고 넓어서 얼핏 봐서는 성긴 듯하지만 선한 자에게 선을 주고 악한 자에게 재앙을 내리는 일은 조금도 빠뜨리지 않는다‘는 뜻이다.
…
가끔 눈에는 보이지 않지만
세상은 촘촘한 그물로 서로 엮여 있고
누군가의 행위와 염원은 그 그물망을 타고 다른 사람들에게 좋거나 나쁜 영향을 미치며 살아가고 있는 것은 아닐지 상상해보곤 한다.
– 글: 조우성님의 ‘한 개의 기쁨이 천개의 슬픔을 이긴다.’ 중에서 P.151 [서삼독]
Coffee Break.
조우성 변호사님의 에세이인 이 책은 부제로 ‘삶과 태도에 관하여’라는 제목이 덧붙여있다.
총 28가지의 법률 에피소드를 들려주면서
인생이라는 긴 여행에서 울고, 웃고 때로는 슬퍼하며
삶의 애틋하고 눈물겨운 이야기들을 하나하나 들려주고 있다.
“왜 사는지 늘 잊고 살지만
왜 사는지 가끔은 생각해야 한다. “
2023.1.20.
따뜻한 비
#차부에서
중학교 일학년 때였다.
차부(車部)에서 였다.
책상 위의 잉크병을 엎질러 머리를 짧게 올려친
젊은 매표원한테 거친 큰소리로 야단을 맞고 있었는데…
누가 곰 같은 큰손으로 다가와 가만히 어깨를 짚었다.
아버지였다.
차부에서 <이시영>
“Bad things at times do happen to good people”
산과 교과서의 첫 장에 이런 글이 있네요.
“때때로 불행한 일이 좋은 사람들에게 생길 수 있다. “
– 인용. tvN 슬기로운 의사생활2 –
PS. 고교시절, 의학도의 꿈을 키워갔던 옛 기억들을 회상해보며,
요즘 들어 제가 즐겨보는 드라마에서 따뜻한 위로의 문구를 만나 공유해 봅니다.
2021.07.02.
따뜻한 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