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글] 야금야금

야금야금

“한 번에 다하면 편하겠지요. 단박에 완성하고 짧은 시간에 결과를 맺는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그러나 모든 일은 시간을 훌쩍 뛰어 넘어 일어날 수 없다는 것이 인생의 이치입니다. 일과 배움, 능력, 재능, 사람과의 관계까지 야금야금 시간이 쌓이고 경험이 더해지면서 깊어지고 넓어지고 발전하는 것이지요. 당장 잘하겠다고 생각하지 말고 지금 할 수 있는 만큼만 하겠다고 결심하는게 중요합니다. 그렇게 야금야금 하면 지치지 않고 오래 즐기며 할 수 있게 됩니다. ”

“인생의 즐거움과 재미는 완성에 있지 않습니다. 그 과정에서 조금씩 흩뿌려져 있는 것입니다. ”

-인용. 이근후님의 ‘나는 죽을때까지 재미있게 살고 싶다. ” 중에서 P.321

[Column] A Good Teacher and the Best Teacher

                                            A Good Teacher and the Best Teacher

                                                                                            By Shin Chul-ho

This year, a teacher of unique personality came to the school I work at. He teaches English exclusively like I do.
The more I got acquainted with him, the more I came to know what he is.

He loves reading. One day when I entered his classroom to have a chat, I found him reading “The Elegant Universe” by Brian Greene.
A few days passed. I saw him having lunch in the school cafeteria. I sat next to him and asked if he had finished the book.
He said, “Yes. I’ve got another book, `E=MC2′ by David Bodanis.”
It seemed to me that he was eager to further gain access to the secrets of the universe.

A couple of months ago I suggested to him that we go swimming together.
He answered positively but I did not believe him because all the teachers who promised to have a swim together broke their promises.
In the early morning the next day I saw him on the way to his room with a stuffed bag.

“What do you have in your bag?” I asked. “My swimsuit and some books.” he replied.

He did not forget his agreement to go to the swimming pool. So now I sometimes go swimming with him.
On the first day when we decided to enjoy swimming, we agreed to meet at the front gate at 5 p.m.
 I hurried to be on time but the time was ticking past 17:05. My cell phone rang.

“Where are you now?” “I’m coming!” I did not know that he is so punctual.

At the swimming pool he showed his distinctive behavior again. There were several floatation-boards scattered along the front edge of the swimming pool. He began to pick them up one by one and put them back where they belong.

“Are they an eyesore for you?” I asked, giggling. “It should be done by somebody.” he replied seriously.

A couple more things characterize his behavior.

Whenever he comes across anyone he knows, he always says hello to them first, wearing a big smile, whether or not they are older or younger than him.
In this society where many people often pass by without greeting each other, seeing him might be like seeing an oasis in a desert.

He loves children in earnest. Every time I leave the school cafeteria with him, he is hailed by many children here and there. “Hello!” “Hi!” “Nice to see you!”

I often go to his classroom after having lunch and brushing my teeth to chat with him. He always serves me a cup of green tea and I can see what’s happening in his room. In early spring, I could see him grow a few dandelions in a small flowerpot at the window with care. We talked about the dandelion ranging from the origin of its English name to its pharmaceutical effects on the human body. Last week he said he was very sorry that most children are so ignorant of wild plants and that he was planning to describe scores of wild plants with their pictures on the school website.

The day before yesterday I was with him, talking over green tea after lunch in his room. As always, children were free to come and go. Some children came to him saying something trivial, while others were scribbling on the blackboard. Suddenly, three children holding dragonflies between their fingers came in and stood around him to show the dragonflies. He said raising his voice a little, “Those are not toys. Let them fly away!” On hearing his admonition, I was very glad to find a comrade who stands in awe of life.

He will be transferred to another school to be promoted to vice principal in September. I heard him say several times that he will be a vice principal who serves teachers, not dominates them. He has also dreamed up a plan to make the school he works for full of ideal programs for both students and teachers. I doubt if his dreams can be put into practice in the rigid system of the Korean educational circle, though. I know he is not a perfect person and he can also make mistakes. However, his positive side outweighs his negative side for sure.

I hope he does not give up his first intention and I will keep my fingers crossed for his bright future.

As an epilogue, I feel obliged to quote a passage from “Who is the best teacher?” by Fred H. Stocking , which was given to me by him.

      A good teacher and the best teacher

A good teacher can tell his students a lot of answers to a lot of questions.
But the best teacher can play dumb while helping his students think out the answers for themselves.

A good teacher is an eager and enthusiastic talker.
But the best teacher knows how to be quiet and patient while his students struggle to formulate their own thoughts in their own words.

A good teacher is humble; he naturally feels that the accumulated wisdom of his subjects is far more important than himself.
But the best teacher is even humbler; for he respects the feeling of young people that they are naturally far more important than a silly old subject.

A good teacher knows that his students ought to be honest, responsible, and good citizens.
But the best teacher knows that… [these qualities] are communicated through daily actions, not daily lectures.

The students of a good teacher pass their course, graduate and settle down with good jobs.
But students of the best teacher go on receiving rewards every day of their lives for they have discovered that the life of the inquiring mind is exciting.

            ** Shin Chul-ho is an elementary school teacher in Kohung, South Cholla Province.

                인용 : 2003년 7월 24일자(목요일)
                          KOREA TIMES [Thoughts of The Times] Column 에서  

지식의 전수자로서의 역할도 매우 중요한 교사의 직분이겠지만, 자신의 삶을 사랑하고 소중하게 가꾸어 갈 줄 아는 학생들로 키워나가려 애쓰는 교사야 말로 가장 훌륭한 모습의 선생님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신철호 선생님의 고마운 글에 감사의 마음을 전합니다.

<황지우> 너를 기다리는 동안에

너를 기다리는 동안에

 

네가 오기로 한 그 자리에
내가 미리 가 너를 기다리는 동안
다가오는 모든 발자국은
내 가슴에 쿵쿵거린다
바스락거리는 나뭇잎 하나도 다 내게 온다
기다려본 적이 있는 사람은 안다
세상에서 기다리는 일처럼 가슴 애리는 일 있을까

네가 오기로 한 그 자리, 내가 미리 와 있는 이곳에서
문을 열고 들어오는 모든 사람이
너였다가
너였다가, 너일 것이었다가
다시 문이 닫힌다

사랑하는 이여
오지 않는 너를 기다리며
마침내 나는 너에게 간다.
….

인용. <게눈 속의 연꽃>, 문학과지성사, 1994

<황동규> 즐거운 편지

즐거운 편지

 

즐거운 편지 – 황동규

내 그대를 생각함은 항상 그대가 앉아있는 배경에서

해가 지고 바람이 부는 일처럼 사소한 일일 것이나

언젠가 그대가 한없이 괴로움 속을 헤매일 때에

오랫동안 전해오던 그 사소함으로 그대를 불러보리라.

– 황동규 시인의 ‘즐거운 편지 ‘중에서-

[좋은글] 농담 – 이문재

농담

문득 아름다운 것과 마주쳤을 때
지금 곁에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하고
떠오르는 얼굴이 있다면 그대는
지금 사랑하고 있는 것이다.

그윽한 풍경이나
제대로 맛을 낸 음식 앞에서
아무도 생각나지 않는 사람

그 사람은 정말 강하거나
아니면 진짜 외로운 사람이다.

종소리를 더 멀리 보내기 위하여
종은 더 아파야 한다.

– 이문재 –

지극히 평범한 일상에서 사랑은 발견된다.

지극히 작고 하잘것 없는 일에서 사랑하는 마음은 더 깊어지고 간절해진다.

노을 지는 아름다운 바다를 바라보다가 문득 내가 옆에 있었으면 하고 나를 떠올리는 사람은 과연 몇이나 될까.

항상 종이 되기만을 바라온, 종소리를 내기 위하여 종메의 공통을 무시한 나를, 누가 과연 떠올릴 수 있을까.

종메가 없으면 종은 종소리를 낼 수 없는데도, 많은 사람들은 그저 종이 되기만을 바란다.

그저 자기 아픈 것만 생각한다.

– 정호승 엮음, 이 시를 가슴에 품는다 中에서

[좋은글] 그리움 – 용혜원


그리움 – 용혜원

그리움이 있어야

살아갈 힘이 생기는 거야

지나간 것들에 대한

그리움

다가올 것들에 대한

그리움

그리움이 많아야 해

그래야 삶의 의미가 있는거야.

– 인용글: 용혜원시집, 함께 있으면 좋은사람2 中에서

[좋은글] 마다가스카르가 왜 좋아요?

이유를 댈 수 있으면 그건 좋은 게 아니다.

사랑하는 사람이 있는데 왜 좋으냐고 묻는다면?

그건 그냥 좋아요, 라고 말할 수 있어야 한다.

그래야 사랑이다.


– 신미식. 마치 돌아오지 않을 것처럼 . 끌레마

이미지 : 윤정희님

[미술관 산책] “시간이 많은 줄 알았어요.”

 

붉은 문 : 삶의 마지막 순간 우리는 서로를 어떻게 마주하고 바라보아야 하는 가에 대한 연구


 내가 삶을 선택하고 있는 것인지 아니면 이미 결정되어진 길을 따라 가고 있는 것인지…

우연이 겹쳐 필연이 되고 선택들은 합쳐져 결과가 되어버린다.
삶을 하나의 무대로 놓고 있는 이 삶의 연출자가 궁금하다.

과연 신은 존재하는가.

인간의 자유의지란 어디까지인가?
분명한 것은 이 삶이라는 것이 반드시 끝이 난다는 사실이다.

과연 무엇을 마지막으로 보고 갈 것인가.
웃을 것인가 울어야만 할 것인가.. 회환이 몰려올지 모른다.

어이없게도 수많은 사람들이 가족과 사랑하는 사람의 얼굴이아니라 형광등이나 혹은 병원의 천장을 보며 임종을 맞는다.
가야만 하고 보내야만 하는 순간 우리는 서로를 어떻게 바라보아야 하는가.

어떤 표정으로 어떤 눈빛으로 서로를 마주해야 하는가.

여기 아주 비극적인 운명의 남녀가 있다.

시한부 인생을 사는 여자와 그런 사실에 분노하고 울분을 토하는 남자.
하지만 사랑하는 아내를 살리고자하던 그 남자는 어이없게도 사고를 당해 눈만 살아있는 식물인간이 되어 버린다.

죽지도 살지도 않은 상태.. 그런 남편을 두고 마침내 자신이 떠나야 하는 순간이 왔음을 직감한 여자에 관한 이야기다.

분노하고 체념하고 그리고 마침내 서로를 위로하듯 바라보며 작별을 해야 하는 순간, 삶과 죽음의 얇은 경계가 서로 엇갈린다.

이 작품에서 여자는 유일한 한마디를 남겼다.

 “시간이 많은 줄 알았어요.”


 – 인용글 및 작품 : 이진준

2008 젊은 모색 : 08.12.05 – 09.03.08
YOUNG KOREAN ARTISTS, I AM AN ARTIST.
국립현대미술관 제 1, 2 전시실 + 중앙홀

 

P.S.

미술관 전시실에서 한참동안을 보고 또 보았던 영상…

집으로 향하는 동안 말없이 운전만 하는 나를 발견한 하루.

넌, 지금 어디를 향해 가고 있는거니?

[좋은글] 인연설 – 한용운

 

사랑하는사람앞에서 사랑한다는 말은 안합니다.
아니하는 것이 아니라 못하는 것이 사랑의 진실입니다.

잊어버려야 하겠다는 말은 잊을 수 없다는 말입니다.
정말 잊고 싶을 때는 말이 없습니다.

헤어질 때 돌아보지 않는 것은 너무 헤어지기 싫기때문입니다.
그것이 헤어지는 것이 아니라 같이 있다는 말입니다.

사랑하는 사람앞에서 웃는 것은 그만큼 그 사람과 행복하다는 말입니다.
그러나 알수없는 표정은 이별의 시점입니다.

떠날 때 울면 잊지 못하는 증거요 뛰다가 가로등에 기대어 울면
오로지 당신만을 사랑한다는 말입니다.

함께 영원히 있을 수 없음을 슬퍼 말고
잠시라도 같이 있을 수 없음을 노여워 말고
이만큼 좋아해 주는 것에 만족하고

나만 애태운다고 원망 말고
애초롭기까지 한 사랑 할 수 없음을 감사하고

주기만 하는 사랑이라 지치지 말고
더 많이 줄 수 없음을 아파하고

남과 함께 즐거워한다고 질투하지 말고
이룰 수 없는 사랑이라 일찍 포기하지 말고

깨끗한 사랑으로 오래 간직할 수 있는
나는 당신을 그렇게 사랑하렵니다.

– 만해 한용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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