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 싫은 소리를 할 줄 아는 사람이 아름답다.

Composition with Large Blue Plane, Red, Black, Yellow, and Gray (1921)

# 인생 계획표 같은 그림

나는 네모가 좋다. 네모가 지니는 사각의 예리함이 좋고
사각을 향해 뻗어있는 직선의 거침없음이 좋다. 네 개의 각이 주는 안정감이
든든하고, 그 경쾌함이 매력적이다.
친구도 그저 둥글둥글하게 이래도 좋고 저래도 좋은 동그라미보다는 가끔은
가슴 아픈 충고도 할 줄 아는 직선 같은 친구가 더 믿음직스럽다. 반지도, 귀걸이도,
목걸이도 특이한 사각을 보면 사고 싶은 생각에 어쩔 줄을 모른다. 이런 나의 사각 예찬이 몬드리안의 <컴포지션>을 만났을 때의 그 감격은 이루 말할 수 없었다.
정리되지 못한 나를 시각적으로나마 정돈시켜주기 때문이었을까.
절제되고 균형잡힌, 어느 쪽으로도 치우치지 않은 색의 무게와 비례는 마치
철저한 계획 아래 제작된 한 사람의 인생 계획표 같은 느낌을 준다.

지나온 시간들의 시각적 그래프.
기뻤던 시간, 방황했던 시간, 슬펐던 시간, 의지와는 상관없이 흘렀던 시간,
이 모든 시간들이 하나씩 색깔이 되고 그 시간을 헤쳐간 나의 모습이 때로는
굵은 선으로 혹은 가는 선으로 화면 위에 나타나 있다.

내가 지나온 시간들을 화면에 담는다면, 어떤 색이 가장 많을까.

– 글 : 한젬마님의 ‘그림 읽어주는 여자’ 중에서 p.60 [명진출판]
– IMAGE : Piet Mondrian (Dutch, 1872 – 1944).
Composition with Large Blue Plane, Red, Black, Yellow, and Gray (1921)

Coffee Break.
오랜만에 되찾은 내 어린 기억들…
그 속에서 발견한 순수한 사랑
한젬마는 ‘기억’의 의미를 가꿀 줄 아는 사람이다.

-2001.3.17.(sat)
-대학로에서

[그림] 후회없는 그리움, 관계는 기억이다.

에드워드 호퍼, 나이트 호크(1942)

# 후회없는 그리움, 관계는 기억이다.

호퍼는 세상에 혼자 남겨진 도시 속의 외로움이 어떤  것인지, 아무도 맞아줄 사람 없는 황량한 거리가 어떤 분위기인지 너무나도 잘 아는 화가이다. 이 그림은 배경이 온통 짙은 녹색으로 무겁게 내려 앉아 있는, 차분하다 못해 숨막히도록 조용한 도시를 보여주고 있다. 그곳에서 등을 보이고 혼자 앉아 있는 남자는 고독해 보인다. 철저히 혼자인 듯하다. 그러나 만일 그가 먹고 있는 음식이 추억 속의 그리운 사람을 마음속으로 불러왔다면 그는 결코 혼자는 아닌 것이다.

-글 : 이주은, ‘그림에, 마음을 놓다’ 중에서 p.131 [앨리스]
-image : Edward Hopper (American, 1882-1967). 
Nighthawks (1942)

[독서] 열심히 사는 일과 의미 있게 사는 일

꽃

#열심히 사는 일과 의미 있게 사는 일

프로그램 개발자로 일하던 초창기 시절 나는 샤론 와인버그라는 사장이 지휘하는 프로젝트에 참여하였다. 그녀는 깨어있는 경영자의 표본이라고 할 만한 사람이었다.
어느 눈 내리는 날, 나는 불안정한 사용자 데모 프로그램을 손보기 위해 아픈데도 불구하고 회사에 나왔다. 샤론은 내 사무실에 들어와서 내가 탁자에 기대어 간신히 서 있는 것을 보았다. 그녀는 나갔다가 몇 분 후에 스프가 담긴 그릇을 들고 들어왔다. 그녀는 내게 그것을 주며 기운을 북돋아주었다. 내가 바쁜 관리자 업무를 하면서 어떻게 이럴 시간을 다 냈느냐고 묻자, 그녀는 예의 그 유명한 미소를 지으며 이렇게 말했다.

“톰, 이런 게 바로 경영이랍니다. ”

– 인용. 톰 디마르코,티모시 리스터의 <피플웨어> 중에서 

[논어] 교사와 학생간에는 얼마간의 믿음이 있어야 하는가?

꽃

# 교사와 학생간에는 얼마간의 믿음이 있어야 하는가?

공자가 노나라의 양호로 착각되어 광의 군대에 둘러싸여 생명이 위험하게 된 일이 있었다. 이때 안연이 행방불명이 되었다가 뒤늦게 따라왔다. 공자께서 크게 기뻐하시며  “나는 네가 붙들려 죽은 줄로만 알았구나!” 하셨다. 이에 안연이 스승의 무사하심을 보고 역시 안심하여 “선생님께서 살아 계신데 제가 어찌 가벼이 죽겠습니까?” 하였다. -논어 11편 선진22장


Cofee Break.

애제자에 대한 스승의 지극한 사랑과 제자의 스승에 대한 절대적인 신뢰가 엿보이는 감동적인 장면이 아닐 수 없다. 천하가 뒤숭숭하고 어지러운 춘추 말기에 도를 위하여 천하를 방랑한 공자와 그 제자들은 많은 고통과 위험을 당해야만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깊은 사랑과 절대적인 존경으로 시종 변함 없는 서로의 굳센 의지를 확인했음을 알 수 있다.

공자의 제자 3천명 가운데 육예에 통한 사람이 72명이었는데, 그 중에서 호학으로 이름난 사람은 오직 안회 한 사람 뿐이었다. 논어 전편을 통해 여러 번 언급되고 있는 안회는 공자가 가장 아끼고 사랑하는 제자였음을 쉽게 예상할 수 있게 한다.

안회의 성은 ‘안’, 이름은 ‘회’이며, 자는 ‘자연’으로 노나라 사람이다. 공자보다 30세 연하이며, 41세에 공자 보다 먼저 작고했다.

– 인용. 김석원님의 ‘논어’ 중에서 p.241 [혜원출판사]

[독서] 시간과 함께 낡아질 것을 걱정하지 않고 깊어지면 된다.

그래도, 사랑

#9. 시간이 흘러 낡아지는 것과 깊어지는 것

‘새 구두를 신었더니 발이 많이 아파’

그리고 잠시 후,
택시에서 내렸을 때
여자는 자신의 낡은 운동화를 들고
집 앞에 서서 기다리는 남자를 만났다.
두 사람은 자주 함께 걸었고
그래서 남자의 트렁크에는 여자의 오래된 운동화가 있었다.

익숙한 신을 신고 나니 깊게 숨이 쉬어졌다.
살 것 같다며 웃는 여자에게
남자는 ‘오늘 참 예쁘다’고 말해주었다.
그건, 그 사람 방식의 위로였다.
여자는 웃으며 남자의 팔짱을 끼었고
마주 닿은 팔 사이로 유난히 따뜻한 평화가 흘렀다.

여자는 생각했다.

‘시간과 함께 낡아질 것을 
걱정하지 않고 깊어지면 된다.’

하루하루가 깊어지고 편안해지며
이제는 무엇으로도 바꿀 수 없게 된 남자가 옆에 있어 여자는 고마웠다.

아픔을 잊었다.

 

– 정현주 작가님의 ‘그래도, 사랑’ 중에서 p.83 [중앙books]

[좋은글] 대상을 콕 짚어서 말하라.

물감

# 대상을 콕 짚어서 말하라.

어느 마을에 ‘모두everybody‘와 ‘누군가somebody‘, ‘아무나anybody‘ 그리고 ‘아무도nobody‘라는 네 사람이 살고 있었다. 어느 날 마을에 중요한 일이 생겼다. ‘모두’는 ‘누군가’가 틀림없이 그 일을 할 것으로 생각했다. 그러나 ‘아무도’ 그 일을 하지 않았다. 이를 보고 ‘누군가’가 매우 화를 냈다. 왜냐하면 그건 ‘모두’가 할 일이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결국 ‘아무나’ 할 수 있는 일을 ‘아무도’ 하지 않았다.

‘최초의 펭귄’을 만들어라. 전 직원을 대상으로 쓰지 말고 선택된 몇 사람에게 은밀하게 써라. 전 직원을 상대로 연설하지 말고 몇 사람만 불러서 조용히 얘기하라. 특별히 선정된 사람은 위험을 무릅쓰고 바닷물에 뛰어들 것이다. 그러면 주저하던 펭귄 모두 일제히 그 뒤를 따를 것이다.

– 강원국님의 ‘회장님의 글쓰기’ 중에서 p.145 [메디치]

 

 

[독서] 상대방의 WHY를 이야기하세요, 언제나

문구

# 상대방의 WHY를 이야기하세요, 언제나

개발자가 힘들고 지치는 건 팀장의 문제가 아니지만, 데드라인을 맞추지 못해서 클라이언트와 문제가 생기는 건 팀장의 문제(WHY)입니다. 얼른 해결해야겠다는 초조함이 몰려오기 때문에 아까와는 달리 적극적인 태도가 될 겁니다.

자신의 WHY를 이야기한 것과 상대방의  WHY를 내세우는 것 중에 어느 쪽이 원하는 걸 얻을 수 있는지는 분명합니다. 그러니 비장한 마음으로 상사나 클라이언트에게 제안하려고 들어가기 전에, 잠시 이 질문을 생각해 보시기 바랍니다.

‘이게 왜 상대방에게 의미가 있지?’

대답을 찾으셨다면 그게 대화의 중심입니다.
나의 WHY는 뒤에 덧붙여도 충분합니다.

– 박소연님의 ‘일 잘하는 사람은 단순하게 말합니다.’ 중에서 p.043 [더퀘스트]

[좋은글] 야금야금

야금야금

“한 번에 다하면 편하겠지요. 단박에 완성하고 짧은 시간에 결과를 맺는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그러나 모든 일은 시간을 훌쩍 뛰어 넘어 일어날 수 없다는 것이 인생의 이치입니다. 일과 배움, 능력, 재능, 사람과의 관계까지 야금야금 시간이 쌓이고 경험이 더해지면서 깊어지고 넓어지고 발전하는 것이지요. 당장 잘하겠다고 생각하지 말고 지금 할 수 있는 만큼만 하겠다고 결심하는게 중요합니다. 그렇게 야금야금 하면 지치지 않고 오래 즐기며 할 수 있게 됩니다. ”

“인생의 즐거움과 재미는 완성에 있지 않습니다. 그 과정에서 조금씩 흩뿌려져 있는 것입니다. ”

-인용. 이근후님의 ‘나는 죽을때까지 재미있게 살고 싶다. ” 중에서 P.321 [갤리온]

[Column] A Good Teacher and the Best Teacher

인중천사약국

                                            A Good Teacher and the Best Teacher

                                                                                            By Shin Chul-ho

This year, a teacher of unique personality came to the school I work at. He teaches English exclusively like I do.
The more I got acquainted with him, the more I came to know what he is.

He loves reading. One day when I entered his classroom to have a chat, I found him reading “The Elegant Universe” by Brian Greene.
A few days passed. I saw him having lunch in the school cafeteria. I sat next to him and asked if he had finished the book.
He said, “Yes. I’ve got another book, `E=MC2′ by David Bodanis.”
It seemed to me that he was eager to further gain access to the secrets of the universe.

A couple of months ago I suggested to him that we go swimming together.
He answered positively but I did not believe him because all the teachers who promised to have a swim together broke their promises.
In the early morning the next day I saw him on the way to his room with a stuffed bag.

“What do you have in your bag?” I asked. “My swimsuit and some books.” he replied.

He did not forget his agreement to go to the swimming pool. So now I sometimes go swimming with him.
On the first day when we decided to enjoy swimming, we agreed to meet at the front gate at 5 p.m.
 I hurried to be on time but the time was ticking past 17:05. My cell phone rang.

“Where are you now?” “I’m coming!” I did not know that he is so punctual.

At the swimming pool he showed his distinctive behavior again. There were several floatation-boards scattered along the front edge of the swimming pool. He began to pick them up one by one and put them back where they belong.

“Are they an eyesore for you?” I asked, giggling. “It should be done by somebody.” he replied seriously.

A couple more things characterize his behavior.

Whenever he comes across anyone he knows, he always says hello to them first, wearing a big smile, whether or not they are older or younger than him.
In this society where many people often pass by without greeting each other, seeing him might be like seeing an oasis in a desert.

He loves children in earnest. Every time I leave the school cafeteria with him, he is hailed by many children here and there. “Hello!” “Hi!” “Nice to see you!”

I often go to his classroom after having lunch and brushing my teeth to chat with him. He always serves me a cup of green tea and I can see what’s happening in his room. In early spring, I could see him grow a few dandelions in a small flowerpot at the window with care. We talked about the dandelion ranging from the origin of its English name to its pharmaceutical effects on the human body. Last week he said he was very sorry that most children are so ignorant of wild plants and that he was planning to describe scores of wild plants with their pictures on the school website.

The day before yesterday I was with him, talking over green tea after lunch in his room. As always, children were free to come and go. Some children came to him saying something trivial, while others were scribbling on the blackboard. Suddenly, three children holding dragonflies between their fingers came in and stood around him to show the dragonflies. He said raising his voice a little, “Those are not toys. Let them fly away!” On hearing his admonition, I was very glad to find a comrade who stands in awe of life.

He will be transferred to another school to be promoted to vice principal in September. I heard him say several times that he will be a vice principal who serves teachers, not dominates them. He has also dreamed up a plan to make the school he works for full of ideal programs for both students and teachers. I doubt if his dreams can be put into practice in the rigid system of the Korean educational circle, though. I know he is not a perfect person and he can also make mistakes. However, his positive side outweighs his negative side for sure.

I hope he does not give up his first intention and I will keep my fingers crossed for his bright future.

As an epilogue, I feel obliged to quote a passage from “Who is the best teacher?” by Fred H. Stocking , which was given to me by him.


      A good teacher and the best teacher

A good teacher can tell his students a lot of answers to a lot of questions.
But the best teacher can play dumb while helping his students think out the answers for themselves.

A good teacher is an eager and enthusiastic talker.
But the best teacher knows how to be quiet and patient while his students struggle to formulate their own thoughts in their own words.

A good teacher is humble; he naturally feels that the accumulated wisdom of his subjects is far more important than himself.
But the best teacher is even humbler; for he respects the feeling of young people that they are naturally far more important than a silly old subject.

A good teacher knows that his students ought to be honest, responsible, and good citizens.
But the best teacher knows that… [these qualities] are communicated through daily actions, not daily lectures.

The students of a good teacher pass their course, graduate and settle down with good jobs.
But students of the best teacher go on receiving rewards every day of their lives for they have discovered that the life of the inquiring mind is exciting.

 ** Shin Chul-ho is an elementary school teacher in Kohung, South Cholla Province.

-인용 : 2003년 7월 24일자(목요일)
KOREA TIMES [Thoughts of The Times] Column 에서  

지식의 전수자로서의 역할도 매우 중요한 교사의 직분이겠지만, 자신의 삶을 사랑하고 소중하게 가꾸어 갈 줄 아는 학생들로 키워나가려 애쓰는 교사야 말로 가장 훌륭한 모습의 선생님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신철호 선생님의 고마운 글에 감사의 마음을 전합니다.

<황지우> 너를 기다리는 동안에

너를 기다리는 동안에


너를 기다리는 동안에 – 황지우

네가 오기로 한 그 자리에
내가 미리 가 너를 기다리는 동안
다가오는 모든 발자국은
내 가슴에 쿵쿵거린다
바스락거리는 나뭇잎 하나도 다 내게 온다
기다려본 적이 있는 사람은 안다
세상에서 기다리는 일처럼 가슴 애리는 일 있을까

네가 오기로 한 그 자리, 내가 미리 와 있는 이곳에서
문을 열고 들어오는 모든 사람이
너였다가
너였다가, 너일 것이었다가
다시 문이 닫힌다

사랑하는 이여
오지 않는 너를 기다리며
마침내 나는 너에게 간다.
….

인용. <게눈 속의 연꽃>, 문학과지성사, 19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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