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글] 눈빛이 맑은 사람

물소리 바람소리

#눈빛이 맑은 사람

맹자께서 말씀하셨다.
“사람에게 갖추어져 있는 것 가운데 눈보다 착한 것이 없으니 눈동자는 그 사람의 악을 가리지 못하느니라. 마음 속이 바르면 눈동자가 맑고 마음 속이 바르지 못하면 눈동자가 흐리다. 그 말을 듣고 그 눈동자를 보면 사람이 어찌 그 본심을 속일 수 있겠는가? ” 

孟子曰 存乎人者 寞良於眸子하니 眸子 不能掩其惡하나니 胸中이 正則眸子 瞭焉하고 胸中이 不正則眸子 眊焉이니라. 廳其言也오 觀其眸子면 人焉廋哉리오. – 맹자 이루 장구 상 15편

[해설]
맹자께서 말씀하셨다.
“사람에게 갖추어져 있는 것 가운데 눈동자만큼 거짓 없는 것이 없다. 눈동자는 그 사람의 의중의 악을 엄폐하지 못한다. 때문에 마음이 바르면 눈동자가 맑고, 마음이 바르지 않으면 눈동자가 흐리다. 그러므로 그 사람의 말을 듣고 그 사람의 눈동자를 잘 살펴보면 그 사람의 심중을 잘 알 수가 있으니 아무리 감추려고 해도 감추지 못할 것이다. ”

P.S.
수업을 하다보면 참 많은 학생들과 눈을 마주치게 된다. 즐겁게 웃어주는 학생도 있고 조용히 필기에만 전념하는 학생들도 있다. 모두가 맑디 맑은 눈빛으로 공부에 전념하는 학생들이기에 이 학생들과 함께 수업할 수 있는 나 자신에게 감사해 한 적이 한두번이 아니다.

이 글은 내가 고등학교때부터 나의 책상 유리 밑에 넣어두면서 읽었던 글이다.

살아가면서… 나이가 먹어가면서… 아니 세상사에 묻혀 가면서… 난 얼마나 눈빛이 흐려져 가는 것일까…

오래전 누님의 첫 번째 출산으로 내게도 어여쁜 여자조카가 생겼다. 그 예쁜 아이의 모습을 보면서 세상에 막 탄생한 생명을 바라보는 모든 이들의 맑은 눈빛을 느꼈다. 그러한 순수함으로 세상을 좀더 밝고 아름답게 살아가는 마음을 갖고 싶고 또 지켜주고 싶다.

– 2001년 11월 27일
– 황인중 작문노트 2001

[좋은글] 세한연후에 지송백지후조야니라.

세한도

#세한연후에 지송백지후조야니라.

공자께서 말씀하셨다.
“날씨가 추워진 후에야 소나무와 잣나무가 더디 시든다는 것을 알 것이니라.”

子曰 歲寒然後에 知松柏之後彫也니라.

공자께서 말씀하셨다.
“한겨울의 몹시 추운 날씨가 된 뒤에야, 비로소 소나무와 잣나무가 다른 나무보다 뒤늦게 시든다는 것을 알 수 있는 것처럼, 사람도 큰일에 부딪쳐 봐야 그 지조를 알 수가 있는 것이니라.”

Coffee Break.
‘나라가 어려워짐에 충신이 나타나고, 집이 가난해짐에 효자가 나온다.’란 말이 있는데, 나라가 어려울 때, 한 집안이 옹색할 때, 그 본성이 드러나는 경우를 우리는 오늘날에도 자주 볼 수가 있다.  – 김석원 역해. 논어. p.204 [혜원출판사]

-이미지. 조선 후기의 대학자 추가 김정희(金正喜)의 국보 그림인 <세한도(歲寒圖)>가 이 논어 구절에서 제목과 주제를 따온 것입니다. 추사는 자신이 유배를 떠나 권세를 잃었음에도 불구하고, 변함없이 귀한 책을 구해 보내주며 의리를 지킨 제자 이상적(李尙迪)에게 고마움을 표하며 이 그림을 그렸습니다.

# 정치의 목적

adieu

# 정치의 목적

공자가 제자들에게 각자의 포부를 묻자, 자로, 염유, 공서화가 정치적인 포부를 밝힌 뒤 증점이 마지막으로 비파를 놓으며 다음과 같이 대답합니다.

“저는 세 사람의 생각과 조금 다릅니다. 저는 늦은 봄 화창한 날씨에 가벼운 봄옷을 지어 입고, 어른 대여섯, 아이들 예닐곱 명과 함께 기수(沂水)의 물가에서 목욕하고, 무우(舞雩) 언덕에서 시원한 바람 쐬고난 뒤, 시(詩)나 읊으며 유연히 돌아오고 싶습니다. “
(莫春者 春服旣成 冠者五六人 童子六七人 浴乎沂 風乎舞雩 詠而歸)
                                                           – 《논어(論語)》 제11편 선진(先進) 제25장

[독서] 돌아가는 행장(歸裝)

법정 스님

#돌아가는 행장(歸裝)

맑은 선비의 돌아갈 때의 행장은 모든 것을 벗어던진 듯 조촐하여 낡은 수레의 야윈 말인데도 그 산뜻한 바람이 사람들에게 스며든다. – 정약용, 목민심서 解官 6조

고려의 최석(崔碩)이 승평부사가 되었는데, 승평의 옛 습속이 매번 수령이 갈려 돌아갈 때 반드시 말 여덟 마리를 바치되 가장 좋은 말을 골라가도록 하였다. 그가 돌아갈 때가 되자 고을 사람들이 습속을 따라 말을 바쳤다. 그는 웃으며 “말은 서울까지 갈 수 있으면 되는데, 고를 필요가 있겠는가?”하고, 서울 집에 도착하자 그 말들을 모두 돌려 보냈다. 고을 사람들이 받으려 하지 않자, 그는 “내가 물욕이 있다고 생각하여 안 받으려 하느냐? 내 암말이 너희 고을에 있을 때 마침 망아지를 낳아 그 망아지를 데려왔다. 이는 나의 물욕이다. 지금 너희들이 말들을 돌려받지 않으려는 것은, 혹시 내가 물욕이 있음을 엿보고 겉으로 사양하는 것이라 생각하기 때문이 아닌가?라고 말하고는 그 망아지까지 함께 돌려 보냈다. 이로부터 그 습속이 마침내 없어졌다. 고을 백성들이 비석을 세우고 팔마비(八馬碑)라 불렀다.

-인용. 정약용. 다산연구회 편역. 정선 목민심서 p.328 – 330 [창비]
-이미지. 법정스님. 도서 ‘아름다운 마무리’ 중에서 

[좋은글] 세상에서 가장 짧은 동화

국립중앙박물관


#세상에서 가장 짧은 동화

세탁소에 갓 들어온 새 옷걸이한테 헌 옷걸이가 한마디 하였다.

“너는 옷걸이라는 사실을 한시도 잊지 말길 바란다.”

“왜 옷걸이라는 것을 그렇게 강조하시는지요?”

“잠깐씩 입히는 옷이 자기의 신분인 양 교만해지는 옷걸이들을 그동안 많이 보았기 때문이다. “

     – 정채봉님의 <처음의 마음으로 돌아가라> 중에서… [샘터사]

[좋은글] 세상을 보는 지혜

국립중앙박물관

#37. 세상을 보는 지혜

철저함과 깊이. 그것을 가져야만 훌륭하게 제 역할을 해낼 수 있다. 언제나 내면은 외양보다 더 큰 무엇이어야 한다. 그러나 자재 부족으로 다 지어지지 못해 입구는 궁전 같으나 거실은 오두막인 집처럼 겉만 번지르르한 사람들이 있다. 그런 진저리나는 사람들 곁엔 오래 머물 필요가 없다. 그들은 시실리의 말(馬)처럼 한순간은 허세좋게 등장하나 곧 말문이 막히고 만다. 생각의 샘에서 흘러나오지 않는 말(語)은 곧 마르기 때문이다.

– 발타자르 그라시안, 세상을 보는 지혜 p.38 [아침나라]

[좋은글] 삶의 무게

stone

삶의 무게

삶에는
내가 들 수 있는 만큼의 무게가 있다.
지나친 의욕으로 자기가 들 수 없는 무게를
들 수 있다고 과장해서도 안 되고, 자기가 들어야 하는
무게를 비겁하게 자꾸 줄여가기만 해서도 안되고,
자신이 들어야 하는 무게를 남에게 모두 떠맡긴 채
무관심하게 돌아서 있어서도 안 된다.
– 김명수님의 <역기를 들면서> 중에서


Coffee Break.

아프리카의 어느 마을에 강이 하나 있답니다.
수심은 그리 깊지 않지만 물살이 무척이나 세다고 합니다.
그래서 사람들은 그 강을 건널 때 무거운 돌을 하나씩 짊어진답니다.
거친 물살에 휩쓸리지 않기 위해 돌을 짊어지고 건너는 것입니다.

혹시 지금 짊어진 삶의 무게가 너무 무겁게 느껴진다면
어쩌면 그것은 거친 강물에 휩쓸리지 않게 해줄 고마운 돌인지도 모릅니다.

– 인용. 고도원님의 <당신이 희망입니다> 중에서 p.120  [오픈하우스]

[독서] 인생, 너무 어렵게 살지 맙시다.

Girl with a Pearl Earring (c. 1665) Johannes Vermeer (Dutch, 1632 - 1675)

인생 너무 어렵게 살지 맙시다.

나는 삼십대가 된 어느 봄날, 내 마음을 바라보다 문득 세 가지를 깨달았습니다.
이 세 가지를 깨닫는 순간, 나는 내가 어떻게 살아야 행복해지는가를 알게 되었습니다.

첫째는, 내가 상상하는 것만큼 세상 사람들은 나에 대해 그렇게 관심이 없다는 사실입니다.
일주일 전에 만났던 친구가 입었던 옷, 나는 잘 기억이 나지 않습니다.
얼굴 화장이나 머리 모양도 마찬가지입니다. 내가 내 친구에 대해 잘 기억하지 못하는데, 그 친구가 나에 대해 잘 기억하고 있을까요?

보통 사람은 제각기 자기 생각만 하기에도 바쁩니다. 남 걱정이나 비판도 사실 알고 보면 잠시 하는 것입니다. 하루 24시간 가운데 아주 잠깐 남 걱정이나 비판하다가 다시 자기 생각으로 돌아옵니다. 그렇다면, 내 삶의 많은 시간을 남의 눈에 비친 내 모습을 걱정하면서 살 필요가 있을까요?

둘째는, 이 세상 모든 사람이 나를 좋아해 줄 필요가 없다는 깨달음입니다.
내가 이 세상 모든 사람을 좋아하지 않는데, 어떻게 이 세상 모든 사람들이 나를 좋아해 줄 수 있을까요? 그런데 우리는 누군가가 나를 싫어한다는 사실에 얼마나 가슴 아파하며 살고 있나요?
내가 모두를 좋아하지 않듯, 모두가 나를 좋아해 줄 필요는 없습니다. 그건 지나친 욕심입니다. 누군가 나를 싫어한다면 자연의 이치가 그런가 보다 하고 그냥 넘어가면 됩니다.

셋째는, 남을 위한다며 하는 거의 모든 행위들은 사실 나를 위해 하는 것이었다는 깨달음입니다.
내 가족이 잘 되기를 바라는 기도는 아주 솔직한 마음으로 들여다보면 가족이 있어서 따뜻한 나를 위한 것이고, 부모님이 돌아가셔서 우는 것도 결국 내가 보고 싶을 때 마음대로 볼 수 없는 외로운 내 처지가 슬퍼서 우는 것입니다. 자식이 잘되길 바라면서 욕심껏 잘해주는 것도 결국 내가 원하는 방식대로 자식이 잘되길 바라는 것입니다. 부처가 아닌 이상 자기 중심의 관점에서 벗어나기란 쉽지 않습니다.

그러니 제발, 내가 정말로 하고 싶은 것, 다른 사람에게 크게 피해를 주는 일이 아니라면, 남 눈치 그만 보고, 내가 정말로 하고 싶은 것 하고 사십시오.
생각만 너무 하지 말고 그냥 해버리십시오.
왜냐하면 내가 먼저 행복해야 세상도 행복한 것이고 그래야 또 내가 세상을 행복하게 만들 수 있기 때문입니다. 

우리, 인생, 너무 어렵게 살지 맙시다. 

– 인용. 혜민. 멈추면, 비로소 보이는 것들. P.127 [쌤앤파커스]
– 이미지 : Girl with a Pearl Earring (c. 1665) Johannes Vermeer (Dutch, 1632 – 1675)

[고전] 평상시 행동거지를 잘 해야 하는 이유

평상시 행동거지를 잘 해야 하는 이유
子貢이 曰紂之不善이 不如是之甚也니 是以로 군자 惡居下流하나니 天下之惡이 皆歸焉이니라. – 논어 자장편 20

자공이 말하였다.
“주(紂)는 악함이 그토록까지 심한 것은 아니었다. 그래서 군자는 하류에 처해 있기를 싫어하는 것이다. 온 천하의 악이 다 그에게로 돌아가기 때문이다. ”

[해제] 자공은 이런 말을 했다.
“은나라 주왕은 악덕무도한 왕이라 하지만, 실제는 그렇게까지 혹평을 받을 정도로 심하지는 않은 것 같다. 다만 평소에 행동이 나빴기 때문에 하류 지방에 더러운 물이 모여드는 것처럼 모든 나쁜 짓이 주왕에게로 모인 것이다. 그러므로 도에 뜻을 두는 군자는 물을 두고 비유한다면, 하류라고 할 수 있는 곳에 몸을 두기를 꺼리는 것이다. 한 번 나쁘다고 소문이 나면 모든 나쁜 일이 모두 그에게로 돌아가게 되기 때문이다.
– 인용. 김석원. 논어. p.431 [혜원출판사] 

P.S.
자공이 주왕을 편들어서 한 말이 아니라, 사람이 언제나 좋지 못하게 처신하지 않기를 경계해서 한 말임을 지적하고 있다.

[고전] 개가 사나우면 술이 시어진다.

보리

개가 사나우면 술이 시어진다.
구맹주산(狗猛酒酸)-한비자 외저설 우하편

송나라 사람으로 술을 파는 자가 있었는데, 술을 팔 때 속이지 않았고 손님을 공손하게 대우했으며, 술을 만드는 재주도 뛰어났다. 그런데 아무리 주막 깃발을 높이 내걸어도 술을 사 가는 사람이 없어 술은 늘 시큼해졌다. 도무지 이유를 알 수 없어 평소 알고 지내던 마을 어른 양천에게 이유를 묻자, 그가 하는 말이 개가 사납냐는 것이었다. 술집 주인이 개가 사나운 것과 술이 팔리지 않는 것이 무슨 관계가 있냐고 되묻자 양천의 대답이 돌아왔다.

“사람들이 두려워하기 때문이오. 어떤 사람이 어린 자식을 시켜 돈을 가지고 호리병에 술을 받아오게 했는데 개가 달려와서 그 아이를 물었던 것이오. 이것이 술이 시큼해지고 팔리지 않은 이유요.”

주인은 자신에게 늘 꼬리치는 개가 사나운지 몰랐지만, 마을 사람들에게 그 개는 두려움의 대상이었던 것이다. 나라에도 개와 같은 간신들이 있음을 빗댄 이야기이다. 나라를 다스릴 책략을 품은 인사가 만승의 군주에게 간언하려고 해도 간신이 사나운 개처럼 달려들어 물어뜯으려 하니, 군주의 이목은 가려지고 나라에 위기가 닥치게 된다. 군주는 간신의 말에 휘들리지 않으려면, 술집의 개와 같은 간신을 잘 솎아 내야만 한다. 올바른 여론 수렴은 군주가 자신의 위상을 굳게 만들기 위한 밑받침이다. 사나운 개 같은 신하가 활개를 칠 때 군주는 그저 자리만 잃는 것이 아니라 목숨이 위태로울 수 있으며, 국가마저 잃을 수 있다.

오늘날의 리더도 마찬가지다.
(人)의 장막에 갇히지 않기 위해서는 주변에 어떤 사람들이 포진해 있는지 주의 깊게 살펴보아 능력 있고 현명한 사람이 배제되는 일이 없도록 해야 한다.

인용. 김원중. 매일 읽는 중국 고전 1일 1독. p.170 [민음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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