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걷는나무] 문득 사람이 그리운 날엔 시를 읽는다. – 박광수 엮음.

 

# 문득 사람이 그리운 날엔 시를 읽는다.

학창시절 박광수 작가의 ‘광수생각’ 만화컷은 대단한 인기를 누리고 있었다.

주인공 ‘신뽀리’가 보는 사소하지만 사소한 것 같지 않은 세상을 보는 시선과 생각을 통해 독자들은 세상을 느끼기 시작했고 우리들의 마음을 들여다 보기 시작했다.

나는 박광수 작가의 개인적 삶과 정치적 철학에 관해서는 알지 못한다.

작가가 이 시선집에서 잠시 자신의 지나온 삶에 대해 얘기하는 부분속에서 조금 그에 대해 알고 있을 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가끔씩 그의 솔직한 감성이 묻어나는 글과 우리 주변의 이야기를 담은 만화컷에서 나와 같은 생각과 동심을 발견할 때마다 섬찟 놀라고는 한다.

아마, 이 공감의 저림에 대한 기억이 이 시선집을 서점에서 끌리게 한 것 같다.

 

 

 

내가 이 책에 골라 놓은 시들은

내게 힘이 되어 준 시들 중에서 당신을 생각하여 고른 것이다.

당신이 외롭고 쓸쓸하며 삶의 고통에 지쳐

잠시 사람들로부터 떨어져 있고 싶을 때,

하지만 막상 혼자가 되고 보니 사람의 온기가 그리울 때

이 시들이 당신을 따뜻하게 감싸 안아 주기를 바라며.

– 작가의 서문에서

 

 

어딘가 내가 모르는 곳에
보이지 않는 꼿처럼 웃고 있는
너 한사람으로 하여 세상은
다시 한번 눈부신 아침이 되고

어딘가 네가 모르는 곳에
보이지 않는 풀잎처럼 숨 쉬고 있는
나 한사람으로 하여 세상은
다시 한 번 고요한 저녁이 온다

가을이다, 부디 아프지 마라.

– 나태주, <멀리서 빈다>

 

[달] 내 옆에 있는 사람 – 이병률

 

# 내 옆에 있는 사람

누구에게나 아름다운 시간은 있습니다. 당신에게도 나에게도 새에게도 나무에게도.
모두에게 아름다운 시간은 있는 법입니다. 아무리 별것 아닌 풍경이고 시간이라 해도
다시는 반복되지 않을 것이기에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아름다운 시간입니다.

사람이 그래요.
다시는 만날 수 없을 것 같고 다시는 볼 수 없을 것 같아서
그것만으로 아름다운 사람
나에게 그만큼인 사람이 바로 당신입니다.

물이 닿은 글씨처럼 번져버릴까, 혹여 인연이 아닐까 나는 목이 마르고 안절부절입니다.
부디 내 옆에 있는 사람이 되어주세요.
..
내가 밑줄 친 사람이 되어 주세요.

어떤 일이 있더라도 감히 당신에게 그어놓은 그 밑줄을 길게길게 이어갈 것입니다.

– #. 매일 기적을 가르쳐 주는 사람에게…

 

[메디치] 대통령의 글쓰기 – 강원국

 

# 대통령의 글쓰기

1. 쉽고 친근하게 쓰게

2. 문장은 자를 수 있으면 최대한 잘라서 단문으로 써주게. 탁탁 치고 가야 힘이 있네.

3. 단 한줄로 표현할 수 있는 주제가 생각나지 않으면, 그 글은 써서는 안되는 글이네.

4. 굳이 다 말하려고 할 필요없네. 경우에 따라서는 질문을 던지는 것으로도 연설문이 될 수 있네.

5. 통계 수치는 글의 신뢰를 높일 수 있네.

6. 같은 메시지는 한곳으로 응집력 있게 몰아주게. 이곳저곳에 출몰하지 않도록.

7.이전에 한 말들과 일관성을 유지해야 하네.

[불광출판사] 흘반난, 밥 먹기 어렵다. – 김진태

 

 산을 가다 쉬는 것을 잊고 앉아서는 걷는 것을 잊어

 소나무 그늘 아래 말을 세우고 물소리를 듣네.

 내 뒤에 온 몇 사람이 나를 앞서갔는가?

 각자 그칠 곳으로 돌아갈 텐데 어찌 또 다투는가?

 山行, 송익필 –


Coffee Break.

” 이 책은 원래 검찰을 떠나면서 짐을 챙기던 중 혹 인간의 삶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될까 하여 책상 위에 나뒹굴던 시문詩文을 한데 모아 퇴임식에 참석한 후배들에게 나누어 주었다가 어떻게 이것을 알고 달라는 사람들이 있어 부득이 책으로 펴내었다. 

세상사 법 먹는 것보다 더 어려운 게 있을까.

이 책에 실린 사람들의 이야기 또한 궁극적으로 밥 먹는 것과 관련된 것이다.

다른 사람을 배려하고 이해하는데 이 책이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고, 그래서 온 누리에 자비와 평화가 가득하기를 기대해 본다.

– 저자의 머리말 중에서 인용.
– 김진태님의 ‘흘반난, 밥 먹기 어렵다.’ [불광출판사]

 

[추수밭] 당신이 최고의 교사입니다. – 레이프 에스퀴스

 

# 당신이 최고의 교사입니다.


미국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교사로 손꼽히며 1981년부터 LA빈민가 초등학교에서 아이들을 가르치고 있는 레이프 에스퀴스 선생님이 전하는 교사의 삶을 위한 지침서.

모두 3부로 구성되어 있는 이 책은 초보교사, 중견교사, 베테랑 교사를 위한 저자의 경험과 지혜가 고스란히 담겨있는 바이블과 같은 책이다.

보통 교직을 안내하는 서적들은 교사의 이상적 환경과 책무, 보람을 주된 구성으로 현실적으로 교사가 겪는 어려움들에 대해 고의적으로 등한시하며 가벼이 넘겨버리고는 한다.

이 책의 저자인 레이프 에스퀴스 선생님은 솔직하고 때로운 냉정하게 교사가 겪는 현실에 대해 이야기하며, 현실적인 고통과 제도적인 폐습들에 대해 이야기하며 그 현실에서 살아남기 위한 몸부림과 심리적 위안을 던져준다.

개인적으로 이 책은 내가 아끼는 담임학급반 제자들이 몇년 전 스승의 날에 선물 한 책이다.

보다 더 나은 스승, 더 용기있는 교사가 될 때까지 낙담하지 말고 꿋꿋하게 걸어갈 수 있도록 에스퀴스 선생님은 위로하고 격려하고 있다.

1부. 오늘 처음 교실에 들어서는 당신에게 (초보 교사에게 건네는 조언)

교사는 하루아침에 이루어지지 않는다.

수업 첫날이 한 해를 결정한다?

수업은 둘째날 이후에도 계속된다.

학생은 통제받는 존재가 아니라 성장하는 존재다.

한 발 물러서서 바라보면 교단이 달라 보인다.

일과 삶의 경계가 없으면 일도 삶도 무너진다.

학생들에게 뺏었던 시간을 돌려주자.

점수가 필요없다고 말하기 위해 필요한 준비들

교육은 선생님 혼자 하는 것이 아니다.

어른이 없는 세상에서 어른이 된다는 것

수업을 하지말고 진짜 수업을 하라.

2부. 오늘과 다른 내일을 기대하는 당신에게 (중견 교사에게 건네는 조언)

가르치는 일이 언제나 행복할 수는 없다.

교실에서 가장 소외받는 존재, 보통학생

모든 학생을 챙기면 모든 학생을 놓칠 수 있다.

학생들은 항상 바라봐야 하는 존재다

아이들이 어른이 될 수 있도록 부드럽게 인도하라.

지금 한 아이의 성공이 미래의 아이들에게 길이 된다.

학생들은 모두 다르다

가르치는 일은 상처도 각오해야 한다.

당신의 작은 변화가 학생들에게는 큰 기회가 된다.

교실 수업의 경계를 넘어

뜻이 있으면 누군가는 손을 내밀어 준다.

3부. 오늘을 정리하는 당신을 위해 (베테랑 교사에게 건네는 조언)

당신은 지금도 조금씩 성장하고 있다.

준비하지 않는 태도는 사고를 준비하는 것이다.

아이들에게 신경 쓰려면 자신부터 신경 써야 한다.

[비채] 수선화에게


# 수선화에게

Coffee Break.

제가 좋아하는 시선집 중 한권인 이 시집은 정호승 시인의 특별한 작품들이 다수 실려 있는 시선집입니다.

첫눈 오는 날 만나자
                                                                                      – 정호승 

                첫눈 오는 날 만나자
                어머니가 싸리 빗자루로 쓸어 놓은 눈길을 걸어
                누구의 발자국 하나 찍히지 않은
                순백의 골목을 지나
                새들의 발자국 같은 흰 발자국을 남기며
                첫눈 오는 날 만나기로 한 사람을 만나러 가자

                팔짱을 끼고 더러 눈길에 미끄러지기도 하면서
                가난한 아저씨가 연탄 화덕 앞에 쭈그리고 앉아
                목 장갑 낀 손으로 구워 놓은 군밤을
                더러 사먹기도 하면서
                첫눈 오는 날 만나기로 한 사람을 만나
                눈물이 나도록 웃으며 눈길을 걸어가자

                사랑하는 사람들만이 첫눈을 기다린다
                첫눈을 기다리는 사람들만이
                첫눈 같은 세상이 오기를 기다린다
                아직도 첫눈 오는 날 만나자고
                약속하는 사람들 때문에 첫눈은 내린다

                세상에 눈이 내린다는 것과
                눈 내리는 거리를 걸을 수 있다는 것은
                그 얼마나 큰 축복인가?

                첫눈 오는 날 만나자
                첫눈 오는 날 만나기로 한 사람을 만나
                커피를 마시고 눈 내리는 기차역 부근을 서성거리자.

한동안 시인의 정확한 이름을 알지 못해 여러 다른 시인의 이름을 적어야 했던 작품인 ‘첫눈 오는 날 만나자’라는 작품이 실려 있기도 한 이 시선집은 마음의 쉼이 필요한 때 제가 과천 국립현대미술관 나들이길에 챙겨가는 몇 안되는 책이기도 합니다.

2019.02.06.

 

[좋은글] 좋은 사랑은

 

“좋은 사랑은 복잡한 말로 시작되지 않아요.”

– 정현주, ‘ 그래도, 사랑 ‘ 중에서 p.47


좋은 사랑은 복잡한 말로 시작되지 않습니다.
복잡한 방식으로 오지 않습니다.

사랑 앞에서

심플해지는 지혜와 편안해지는 용기가
함께하길 바라요.

[좋은글] 가을이 오는 소리

서걱이는 바람결은 편지를 쓰고 싶게 만든다.
전화의 목소리 보다 편지에 스며 있는 음성이 훨씬 정답다.
여름날처럼 눅눅하고 칙칙한 사연이 아니라,
가을 하늘 같이 맑고 투명한 삶의 여백을 나누어 보내야 한다.

– 법정, ‘버리고 떠나기’ 중에서 인용. p.192

<이병률> 사람이 온다


#사람이 온다 – 이병률

바람이 커튼을 밀어서 커튼이 집 안쪽을 차지할 때나
많은 비를 맞은 버드나무가 늘어져
길 한가운데로 쏠리듯 들어와 있을 때
사람이 있다고 느끼면서 잠시 놀라는 건
거기 사람이 있기 때문이다….

낯선 곳에서 잠을 자다가
갑자기 들리는 흐르는 물소리
등짝을 훝고 지나가는 지진의 진동

밤길에서 마주치는 눈이 멀 것 같은 빛은 또 어떤가
마치 그 빛이 사람한테서 뿜어나오는 광채 같다면
때마침 사람이 왔기 때문이다.

잠시 자리를 비운 탁자 위에 이파리 하나가 떨어져 있거나
멀쩡한 하늘에서 빗방울이 떨어져서 하늘을 올려다볼 때도
누가 왔나 하고 느끼는 건
누군가가 왔기 때문이다.

팔목에 실을 묶는 사람들은
팔목에 중요한 운명의 길목이
지나고 있다고 믿는 사람들이겠다.

인생이라는 앞들을 메단 큰 나무 한 그루를
오래 바라보는 이 저녁
내 손에 굵은 실을 매어줄 사람 하나
저 나무 뒤에서 오고 있다.

실이 끊어질 듯 손목이 끊어질 듯
단단히 실을 묶어줄 사람 위해
이 저녁을 퍼다가 밥을 차려야 한다.

우리는 저마다
자기 힘으로 닫지 못하는 문이 하나씩 있는데
마침내 그 문을 닫아줄 사람이 오고 있는 것이다.

– 인용. 이병률, 시집 ‘바다는 잘 있습니다’ 중에서
– Reflection on the Thames Westminister / 존앳킨슨그림쇼
– 127cm x 76.2cm / 1880 / 리즈미술관 Leeds Art Gallery / 영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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