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대학교출판부] 젋은 시인에게 보내는 편지 – 라이너 마리아 릴케

젊은 시인에게 보내는 편지

“그리고 내가 당신한테 또 한 가지 말씀드려야 할 것이 있다면, 그것은 다음과 같은 것입니다. 당신을 이렇게 위로하려 애쓰는 이 사람이 당신에게 가끔 위안이 되는 소박하고 조용한 말이나 하면서 아무런 어려움 없이 살고 있다고는 생각하지 마십시오.”

“나의 인생 역시 많은 어려움과 슬픔을 지니고 있으며 당신의 인생보다 훨씬 뒤처져 있습니다. 그렇지 않다면 어떻게 이 사람이 그러한 말을 할 수 있겠습니까.”

p.91

– Rainer Maria Rilke, Briefe an einen jungen Dichter –

 

 

Coffee Break.

비가 내리는 휴일 오후,

광화문 교보문고에 들러 젊은 시인에게 릴케가 들려주는 감동과 위안의 글들을 읽어내려갑니다.

2014.05.25

따뜻한 비

[샘앤파커스] 멈추면, 비로소 보이는 것들 – 혜민


나는 삼십대가 된 어느 봄날,

내 마음을 바라보다 문득 세 가지를 깨달았습니다.

이 세가지를 깨닫는 순간,

나는 내가 어떻게 살아야 행복해지는가를 알게 되었습니다.

첫째는, 내가 상상하는 것만큼 세상 사람들은 나에 대해 그렇게 관심이 없다는 사실입니다.

둘째는, 이 세상 모든 사람이 나를 좋아해줄 필요가 없다는 깨달음입니다.

셋째는, 남을 위한다면서 하는 거의 모든 행위들은 사실 나를 위해 하는 것이었다는 깨달음입니다.

그러니 제발, 내가 정말로 하고 싶은 것,

다른 사람에게 크게 피해를 주는 일이 아니라면

남 눈치 그만 보고, 내가 정말로 하고 싶은 것 하고 사십시오.

생각만 너무 하지 말고 그냥 해버리십시오.

왜냐하면 내가 먼저 행복해야 세상도 행복한 것이고

그래야 또 내가 세상을 행복하게 만들 수 있기 때문입니다.

우리 인생, 너무 어렵게 살지 맙시다.

P. 127~129

Coffee Break.

“순간순간 사랑하고, 순간순간 행복하세요.

                   그 순간순간이 모여 당신의 인생이 됩니다. “

2012.9.3

“휴식”을 선물받다.

대원외고에서 仁重

[중앙books] 거기, 우리가 있었다. – 정현주

 ‘우리’라는 말에 웃던 날이 있었습니다.
사랑하는 사람이 그와 나를 ‘나와 너’라고 부르지 않고,
우리’라고 부르던 순간 그것은 그 자체로 마음의 고백이었습니다.
이제 너와 나는 연결되었고 너의 많은 것이 나에게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뜻 같아서 좋았습니다.

우리’라는 이름 아래 같이 있던 사람들을 기억합니다.
고단했으나 평온했고, 불안했으나 안심이 되었던 순간들.

고마웠어요. 저에게 ‘우리’라는 말은 일상 속에서 만나는 사랑의 고백과 같은 것이었습니다.


– 정현주 에세이  ‘거기, 우리가 있었다’ 중에서 

 

 

[갤리온] 멀리 가려면 함께 가라 – 이종선

 

# 멀리 가려면 함께 가라 – 이종선

나는 책을 깨끗하게 보려 노력하는 편이다.

가급적 표지를 손상시키지 않으려 하는 편이고, 책 속에 밑줄을 긋거나 낙서를 하는 것을 금기시 하는 편이다.

다만, 책을 다 읽고 난 후 책의 속지 첫장에 서평을 짧게 쓰는 편인데, 그나마도 요즘은 그냥 책을 다 읽은 날짜와 장소를 써 둘 뿐이다.

내가 이렇게 나의 책 읽는 습관을 쓰는 이유는

어제 서점에서 발견한 책에 앞서 말한 모든 습관에 어긋나는 행동을 했기 때문이다.

이종선님의 <멀리 가려면 함께 가라>라는 책은 시종일관 나의 얼굴에 미소를 짓게 하며 어딘가에 끊임없이 메모를 하게 했다.

처음에는 근처 손닿는 거리에 있는 종이에 끄적거리기 시작했는데 어느쯤부터는  책의 하단을 접어 두어야 했다.

그러다가 안되겠다 싶어 연필을 들고 살짝 느낌표를 표시했고, 마지막에는 밑줄을 긋는 나를 발견해야 했다.

이 문장을 꼭 기억했다가 누군가에 전해주어야지 하는 나의 작은 욕심에서 출발한 나의 작은 표식들은 책 중반을 넘어가며 눈덩이처럼 불어났고, 난 결국 이 책 자체를 누군가에게 선물하는게 낫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얼마만인지 모르겠다.

마음에 드는 작가를 만나는 기쁨이라는 것이.

대학시절, 신경숙님의 소설에 나타난 1인칭 ‘나’라는 화법이 나의 마음을 끌었다면,

졸업 후 한젬마님의 <그림 읽어주는 여자>의 진솔한 감정이 심정적 공감을 이끌어주었고,

절필 후 다시 글을 쓰기 시작한 공지영님의 <수도원기행>과 동료 선생님이 선물해주신 이병률님의 <끌림>은 나와 같은 시선으로 세상을 바라보고 있다는 생각을 하게 했다. 이제 다시 이종선님의 따뜻한 감성이 나의 심금을 울리며 다가선 것은 정말 고마운 만남일 듯 싶다.

늘 주변에 있는 분들께 좋은 책을 추천해 주기를 부탁하고는 한다.

딱히 인터넷 서평만으로 책을 구입하기에는 너무 가벼운 책들이 많기 때문이다.(이는 어디까지 개인적인 생각이다.)

하지만 오늘처럼 나에게 너무 잘 맞는 책을 발견하는 날에는 아주 마음이 맞는 소울메이트를 만난 것처럼 기쁘고 한장 한장 책장을 넘기는 손길에 애착이 가는 것을 느낀다.

사회생활을 하면서 부딪히는 수많은 일들 중 가장 어려운 것은 사람들과의 어울림이다.

아마도 저자가 독자에게 전하고 싶은 메세지를 정리하자면 이 책의 첫장에 있는 어린왕자 이야기에 있지 않을까 싶다.

“세상에서 가장 어려운 일이 뭔지 아니?”
“흠, 글쎄요. 돈 버는 일? 밥 먹는 일?”
“세상에서 가장 어려운 일은 사람이 사람의 마음을 얻는 일이란다.”

일요일 아침,

책의 마지막 장을 덮으며 나도 모르게 전화기를 만지작 거린다.

통화연결음이 끝나고 오랫동안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오면 아주 환한 목소리로 첫 인사를 해야겠다.

오랜만이지?

– 2009 따뜻한 비.

 

야생동물들이 우글거릴 것 같은 아프리카 속담중에 이런 게 있다.
빨리 가려면 혼자서 가라. 그러나 멀리 가려면 함께 가라.
그 말은 우리의 삶에도 최선의 답이다.
– p.281

[에이지21] 스티브잡스의 신의 교섭력 – 다케우치 가즈마사

 

# 스티브잡스의 신의 교섭력

마크 페이퍼매스터 애플 부사장이 사직했다는 소식이다.

그의 사직이 아이폰4 안테나게이트에 따른 책임을 진것이라는 분석과는 다르게

 “페이퍼매스터는 IBM 출신인데 IBM은 안테나 기술이 없다.”

는 글리처의 애널리스트 브라이언 마셜의 이야기처럼

이번 사직은 스티브잡스와의 불화설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마침 예전에 읽었던 스티브잡스의 업무 이야기를 다룬 책이 기억에 나 서재에서 다시 꺼내어 본다.

사실 이 책의 내용은 상당히 부담스럽다.

비즈니스 세계에서 기본 에티켓이라 할 수 있는 약속과 신의에 대해  스티브잡스가 보여주는 악행(?)을 여과없이 드러내고 있기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스티브잡스의 성공적 경영 성과는 비즈니스 세계의 치열한 약육강식 현장 속에서 우리 주인공이 얼마나 뛰어난 경영자로서의 능력을 발휘하였는가를 역설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캐나다 경제전문지 코퍼릿 나이츠(Corporate Knights)가 전 세계 3000개 기업의 데이터를 취합해 평가하는 글로벌 100대 지속가능기업에 애플이 이름을 올리지 못하는 이유도 스티브잡스라는 한 사람이 얼마나 애플에 커다란 기여를 하고 있는가를 보여주는 것은 아닐지.

또한 그가 매년 MacWorld  컨퍼런스에서 보여주는 신기에 가까운 프리젠테이션 능력은 많은 이들에게 잡스 매니아를 만들정도였으니

그가 갖고 있는 경영능력은 인정할 수 밖에 없을 것 같다.

어찌보면 인간미가 없는 매정한 인간으로 묘사되고 있는 이 책의 주인공에게서

스탠포드대학 졸업식장에서 보여주었던 감동깊은 졸업식사의 주인공을 떠올리는 것은 왜 그리 어렵게만 느껴지는 것일까.

외로운 천재 잡스는 다음과 같은 말로 연설을 마쳤다.

“Stay Hungry. Stay Foolish.”

(끊임없이 갈망하라, 늘 바보가 되어서 끊임없이 배워라.)

 2010.08.10.

황인중

[토네이도] 손석희 스타일 – 진희정

손석희 스타일

 

최선을 다해서 선택을 하세요.

그리고 여러분이 선택한 것이 옳았다는 것을 증명해 보이셔야 합니다.

무슨 일이 있더라도 최선을 다해 정당한 방법으로 증명해 보이십시오.

– 손석희 –

 

 

손석희라는 사람의 가치

남들은 어떻게 생각할지 몰라도
나는 내가 지각인생을 살고 있다고 생각한다.
대학도 남보다 늦었고 사회진출도, 결혼도 남들보다
짧게는 1년, 길게는 3∼4년 정도 늦은 편이었다.
능력이 부족했거나 다른 여건이 여의치 못했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모든 것이 이렇게 늦다 보니 내게는 조바심보다 차라리 여유가 생긴 편인데,
그래서인지 시기에 맞지 않거나 형편에 맞지 않는 일을 가끔 벌이기도 한다.
내가 벌인 일 중 가장 뒤늦고도 내 사정에 어울리지 않았던 일은
나이 마흔을 훨씬 넘겨 남의 나라에서 학교를 다니겠다고 결정한 일일 것이다.

1997년 봄 서울을 떠나 미국으로 가면서 나는
정식으로 학교를 다니겠다는 생각은 하지 않았다.

남들처럼 어느 재단으로부터 연수비를 받고 가는 것도 아니었고,
직장생활 십수년 하면서 마련해 두었던 알량한 집 한채 전세 주고
그 돈으로 떠나는 막무가내식 자비 연수였다.
그 와중에 공부는 무슨 공부. 학교에 적은 걸어놓되
그저 몸 성히 잘 빈둥거리다 오는 것이 내 목표였던 것이다.
그러던 것이 졸지에 현지에서 토플 공부를 하고 나이 마흔 셋에
학교로 다시 돌아가게 된 까닭은 뒤늦게 한 국제 민간재단으로부터
장학금을 얻어낸 탓이 컸지만, 기왕에 늦은 인생,
지금에라도 한번 저질러 보자는 심보도 작용한 셈이었다.

미네소타 대학의 퀴퀴하고 어두컴컴한 연구실 구석에 처박혀
낮에는 식은 도시락 까먹고, 저녁에는 근처에서 사온 햄버거를
꾸역거리며 먹을 때마다 나는 서울에 있는 내 연배들을 생각하면서
다 늦게 무엇 하는 짓인가 하는 후회도 했다.
20대의 팔팔한 미국 아이들과 경쟁하기에는 나는 너무 연로(?)해 있었고
그 덕에 주말도 없이 매일 새벽 한두시까지 그 연구실에서 버틴 끝에
졸업이란 것을 했다.

돌이켜보면 그때 나는 무모했다.
하지만 그때 내린 결정이 내게 남겨준 것은 있다.
그 잘난 석사 학위? 그것은 종이 한장으로 남았을 뿐,
그보다 더 큰 것은 따로 있다.
첫 학기 첫 시험때 시간이 모자라 답안을 완성하지 못한 뒤
연구실 구석으로 돌아와 억울함에 겨워 찔끔 흘렸던 눈물이 그것이다.
중학생이나 흘릴 법한 눈물을 나이 마흔 셋에 흘렸던 것은
내가 비록 뒤늦게 선택한 길이었지만
그만큼 절실하게 매달려 있었다는 방증이었기에
내게는 소중하게 남아있는 기억이다.
혹 앞으로도! 여전히 지각인생을 살더라도
그런 절실함이 있는 한 후회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 손석희, 2002년 <월간중앙> 인터뷰 기사에서 인용

P.S.

인생에 있어서 누구에게나 꼭 필요한 것이 있다면…
깨달음과 삶에 대한 끝없는 성찰일 것이다…

[문학동네] 어디선가 나를 찾는 전화벨이 울리고 – 신경숙

 

# 어디선가 나를 찾는 전화벨이 울리고

왜 그때 그러지 못했나, 싶은 일들.

살아가면서 순간순간 아, 그때!
나도 모르게 터져나오던 자책들.

그 일과는 상관없는 상황에 갑자기 헤아리게 된 
그때의 마음들,
앞으로 다가오는 어떤 또다른 시간 앞에서도 이해가 불가능하거나 의문으로 남을 일들.

p.366

Cofee Break.

갓 대학 캠퍼스에 발을 내딛던 시절, 교양국어시간 리포트를 준비하며 처음으로 신경숙님의 소설을 읽었다.

스무살의 가슴앓이를 하면서 작가가 이야기 하는 아픔을 같이 공감하며, 나의 대학생활은 일정부분 그렇게 흘러간 것 같다.

그리고 얼마간의 시간이 흐른 지금,

아직도 난 내가 처음 읽었던 작가의 첫 이야기를 기억한다.

… 사랑했으나 뜻대로 되지 않았던 이들에게 바친다.

– 따뜻한 비

[밝은세상] 종이여자 -기욤뮈소

종이여자 - 기욤뮈소

 

한동안 서재에 새로이 꽂혀가는 서적들이란 전공서와 자기계발서가 주였던 것 같은데, 정말 오랜만에 밝고 사랑스런 캐릭터인 ‘빌리 도넬리’라는 주인공을 만나 즐거운 시간이었다.

번역작업을 하신 전미연님의 글을 옮겨 이 책을 소개하고자 한다.

“지고한 사랑이란, 두 개의 꿈이 만나 한마음으로 철저히 현실을 벗어나는 것이다.”라고 로맹 가리는 말했다. 그런 사랑을 하고 있는 사람들, 그리고 그런 사랑을 꿈꾸는 사람들에게 일년 중 환상과 현실이 가장 가깝게 만나는 12월에 이 책을 권하고 싶다.

– 2012년 1월 24일

– 따뜻한 비

[중앙북스] 그래도, 사랑 – 정현주

 

# 그래도, 사랑 – 정현주

하루일과를 마치고 귀가하는 차안에서

혹은 원고마감일에 쫓겨가며 작업을 해야하는 새벽녁에

라디오는 하루의 피곤함을 덜어주는 더할나위 없는 청량제의 역할을 해주고는 합니다.

라디오작가 정현주가 들여주는 40가지의 짤막한 사랑 소재 단편들과 이에 어울리는 영화이야기를 읽다보면

마음은 어느새 광화문 거리, 삼청동 가게, 인사동 찻집, 대학로 거리를 거닐고 있음을 느끼게 됩니다.

친구, 가족, 주말에 본 영화, 어제 들었던 노래, 잠깐 들렀던 서점에서 읽은 책 등

우리 주변의 소소한 일상의 이야기들이 한아름의 사연을 담아 음악과 함께 라디오에서 흘러 나오는 것을 듣다보면

라디오 작가란 우리가 살아가는 지금 이 순간 순간들을 우리에게 생중계해주는 멋진 시간의 기록가라는 생각이 듭니다.

-따뜻한 비

 

마음을 말해보세요.
고백을 하세요.
그러지 않으면 지금이 아니라도 언젠가는 잃게 될 거니까. (p.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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