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다림”이라는 단어만큼 수많은 의미를 담고 있는 단어가 있을까?
연인을 기다리다. 시험결과를 기다리다. 첫눈을 기다리다. 편지를 기다리다. 친구를 기다리다. …
이 모든 문장들 속에는 희망과 기대를 품고 있지만, 그 기대가 깨졌을 때 찾아올 아쉬움과 절망감 또한 담겨있다.
에스트라공과 블라드미르가 기다리는 고도(GODOH)는 1막과 2막이 끝나도록 오지 않는다.
고도가 올때까지 자신의 존재를 증명하기나 하듯 쉼없이 이어지는 두 주인공들의 이야기는 엉뚱하기도 하고, 단절된 대화이기도 하고, 철학적 깊이를 가늠하기 어려울만큼 무거운 주제인 경우도 있다.
기다리는 이가 느끼는 불안감, 공포심, 낭패감, 허무감, 상실감, 지루함, 애절함, 흥분과 기대…
이 모든 것들에 대해 베케트는 어떤 설명도 주지 않는다. 심지어 고도가 누구인지도 말해주지 않는다.
도대체 고도는 누구란 말인가-
왜 고도를 기다려야 하는가 –
이야기의 마지막 장에서 독자는 두 주인공들이 계속해서 고도를 기다리라는 것을 예감할 수 있다.
내일도, 모레도… 계속될 그들의 기다림의 목적은 무엇일까?
고도를 만나면 어떤 성취를 이루는 것일까 –
삶의 목표를 어디에 두어야 하는 것인지, 수많은 화두를 던져주고는 독자에게 답은 각자 찾을 것을 요구하는 것은 아닌지.
읽을수록, 다시 생각해 볼수록,
생각이 더 많아지는 책이다.
– 2009.01.31.
– 서울시교원연수원에서.
– 인중.
에스트라공 그만 가자!
블라드미르 가면 안 되지.
에스트라공 왜?
블라드미르 고도를 기다려야지.
에스트라공 참 그렇지.
* 1952년 프랑스어판으로 첫 출간된 ‘고도를 기다리며(En Attendant Godoh)’는 사뮈엘 베케트에게 1969년 노벨문학상의 영예를 수여하게 한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