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 인생, 너무 어렵게 살지 맙시다.

Girl with a Pearl Earring (c. 1665) Johannes Vermeer (Dutch, 1632 - 1675)

인생 너무 어렵게 살지 맙시다.

나는 삼십대가 된 어느 봄날, 내 마음을 바라보다 문득 세 가지를 깨달았습니다.
이 세 가지를 깨닫는 순간, 나는 내가 어떻게 살아야 행복해지는가를 알게 되었습니다.

첫째는, 내가 상상하는 것만큼 세상 사람들은 나에 대해 그렇게 관심이 없다는 사실입니다.
일주일 전에 만났던 친구가 입었던 옷, 나는 잘 기억이 나지 않습니다.
얼굴 화장이나 머리 모양도 마찬가지입니다. 내가 내 친구에 대해 잘 기억하지 못하는데, 그 친구가 나에 대해 잘 기억하고 있을까요?

보통 사람은 제각기 자기 생각만 하기에도 바쁩니다. 남 걱정이나 비판도 사실 알고 보면 잠시 하는 것입니다. 하루 24시간 가운데 아주 잠깐 남 걱정이나 비판하다가 다시 자기 생각으로 돌아옵니다. 그렇다면, 내 삶의 많은 시간을 남의 눈에 비친 내 모습을 걱정하면서 살 필요가 있을까요?

둘째는, 이 세상 모든 사람이 나를 좋아해 줄 필요가 없다는 깨달음입니다.
내가 이 세상 모든 사람을 좋아하지 않는데, 어떻게 이 세상 모든 사람들이 나를 좋아해 줄 수 있을까요? 그런데 우리는 누군가가 나를 싫어한다는 사실에 얼마나 가슴 아파하며 살고 있나요?
내가 모두를 좋아하지 않듯, 모두가 나를 좋아해 줄 필요는 없습니다. 그건 지나친 욕심입니다. 누군가 나를 싫어한다면 자연의 이치가 그런가 보다 하고 그냥 넘어가면 됩니다.

셋째는, 남을 위한다며 하는 거의 모든 행위들은 사실 나를 위해 하는 것이었다는 깨달음입니다.
내 가족이 잘 되기를 바라는 기도는 아주 솔직한 마음으로 들여다보면 가족이 있어서 따뜻한 나를 위한 것이고, 부모님이 돌아가셔서 우는 것도 결국 내가 보고 싶을 때 마음대로 볼 수 없는 외로운 내 처지가 슬퍼서 우는 것입니다. 자식이 잘되길 바라면서 욕심껏 잘해주는 것도 결국 내가 원하는 방식대로 자식이 잘되길 바라는 것입니다. 부처가 아닌 이상 자기 중심의 관점에서 벗어나기란 쉽지 않습니다.

그러니 제발, 내가 정말로 하고 싶은 것, 다른 사람에게 크게 피해를 주는 일이 아니라면, 남 눈치 그만 보고, 내가 정말로 하고 싶은 것 하고 사십시오.
생각만 너무 하지 말고 그냥 해버리십시오.
왜냐하면 내가 먼저 행복해야 세상도 행복한 것이고 그래야 또 내가 세상을 행복하게 만들 수 있기 때문입니다. 

우리, 인생, 너무 어렵게 살지 맙시다. 

– 인용. 혜민. 멈추면, 비로소 보이는 것들. P.127 [쌤앤파커스]
– 이미지 : Girl with a Pearl Earring (c. 1665) Johannes Vermeer (Dutch, 1632 – 1675)

[고전] 평상시 행동거지를 잘 해야 하는 이유

평상시 행동거지를 잘 해야 하는 이유
子貢이 曰紂之不善이 不如是之甚也니 是以로 군자 惡居下流하나니 天下之惡이 皆歸焉이니라. – 논어 자장편 20

자공이 말하였다.
“주(紂)는 악함이 그토록까지 심한 것은 아니었다. 그래서 군자는 하류에 처해 있기를 싫어하는 것이다. 온 천하의 악이 다 그에게로 돌아가기 때문이다. ”

[해제] 자공은 이런 말을 했다.
“은나라 주왕은 악덕무도한 왕이라 하지만, 실제는 그렇게까지 혹평을 받을 정도로 심하지는 않은 것 같다. 다만 평소에 행동이 나빴기 때문에 하류 지방에 더러운 물이 모여드는 것처럼 모든 나쁜 짓이 주왕에게로 모인 것이다. 그러므로 도에 뜻을 두는 군자는 물을 두고 비유한다면, 하류라고 할 수 있는 곳에 몸을 두기를 꺼리는 것이다. 한 번 나쁘다고 소문이 나면 모든 나쁜 일이 모두 그에게로 돌아가게 되기 때문이다.
– 인용. 김석원. 논어. p.431 [혜원출판사] 

P.S.
자공이 주왕을 편들어서 한 말이 아니라, 사람이 언제나 좋지 못하게 처신하지 않기를 경계해서 한 말임을 지적하고 있다.

[고전] 개가 사나우면 술이 시어진다.

보리

개가 사나우면 술이 시어진다.
구맹주산(狗猛酒酸)-한비자 외저설 우하편

송나라 사람으로 술을 파는 자가 있었는데, 술을 팔 때 속이지 않았고 손님을 공손하게 대우했으며, 술을 만드는 재주도 뛰어났다. 그런데 아무리 주막 깃발을 높이 내걸어도 술을 사 가는 사람이 없어 술은 늘 시큼해졌다. 도무지 이유를 알 수 없어 평소 알고 지내던 마을 어른 양천에게 이유를 묻자, 그가 하는 말이 개가 사납냐는 것이었다. 술집 주인이 개가 사나운 것과 술이 팔리지 않는 것이 무슨 관계가 있냐고 되묻자 양천의 대답이 돌아왔다.

“사람들이 두려워하기 때문이오. 어떤 사람이 어린 자식을 시켜 돈을 가지고 호리병에 술을 받아오게 했는데 개가 달려와서 그 아이를 물었던 것이오. 이것이 술이 시큼해지고 팔리지 않은 이유요.”

주인은 자신에게 늘 꼬리치는 개가 사나운지 몰랐지만, 마을 사람들에게 그 개는 두려움의 대상이었던 것이다. 나라에도 개와 같은 간신들이 있음을 빗댄 이야기이다. 나라를 다스릴 책략을 품은 인사가 만승의 군주에게 간언하려고 해도 간신이 사나운 개처럼 달려들어 물어뜯으려 하니, 군주의 이목은 가려지고 나라에 위기가 닥치게 된다. 군주는 간신의 말에 휘들리지 않으려면, 술집의 개와 같은 간신을 잘 솎아 내야만 한다. 올바른 여론 수렴은 군주가 자신의 위상을 굳게 만들기 위한 밑받침이다. 사나운 개 같은 신하가 활개를 칠 때 군주는 그저 자리만 잃는 것이 아니라 목숨이 위태로울 수 있으며, 국가마저 잃을 수 있다.

오늘날의 리더도 마찬가지다.
(人)의 장막에 갇히지 않기 위해서는 주변에 어떤 사람들이 포진해 있는지 주의 깊게 살펴보아 능력 있고 현명한 사람이 배제되는 일이 없도록 해야 한다.

인용. 김원중. 매일 읽는 중국 고전 1일 1독. p.170 [민음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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