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산을 하던 아버지와 아들이 있었습니다.
아버지가 등산용 스틱으로 버섯을 툭툭 치면서 이야기해요.
“잘 봐, 이게 독버섯이야, 먹으면 죽어.”
아들이 그 얘기를 듣고 “아, 이게 독버섯이구나.”하고 지나갔습니다.
그 얘기를 들은 어린 독버섯이 충격을 받고 쓰러지면서 말했습니다.
“아, 내가 독버섯이구나. 난 누군가를 죽이는 존재구나.
내가 저렇게 예쁜 애를 죽일 수 있는 존재라니! “
어린 독버섯이 슬퍼할 때 곁에 있던 다른 독버섯이 친구의 어깨를 받치며 이야기했습니다.
“아니, 저건 식탁 위의 이야기고, 인간의 논리야
넌 내 친구야, 넌 쟤네 먹으라고 태어난 게 아니고
나랑 친구하려고 태어난 거야.”
– 신영복님의 “담론”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