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글] 그런 사람이 있었습니다.

그런 사람이 있었습니다

길을 가다 우연히 마주치고 싶었던

그런 사람이 있었습니다.

잎보다 먼저 꽃이 만발하는 목련처럼
사랑보다 먼저 아픔을 알게 했던,

현실이 갈라놓은 선 이쪽 저쪽에서
들킬세라 서둘러 자리를 비켜야 했던

그런 사람이 있었습니다.

가까이서 보고 싶었고
가까이서 느끼고 싶었지만

애당초 가까이 가지도 못했기에 잡을 수도 없었던,
외려 한 걸음 더 떨어져서 지켜보아야 했던

그런 사람이 있었습니다.

음악을 듣거나 커피를 마시거나
무슨 일을 하든간에 맨 먼저 생각나는 사람,

눈을 감을수록 더욱 선명한

그런 사람이 있었습니다.

사랑한다는 말은 기어이 접어두고
가슴 저리게 환히 웃던, 잊을게요

말은 그렇게 했지만 눈빛은 그게 아니었던,
너무도 긴 그림자에 쓸쓸히 무너지던

그런 사람이 있었습니다.

살아가면서 덮어두고 지워야 할 일이 많겠지만
내가 지칠 때까지 끊임없이 추억하다

숨을 거두기 전까지는 마지막이란 말을
절대로 입에 담고 싶지 않았던

그런 사람이 있었습니다.

부르다 부르다 끝내 눈물 떨구고야 말

그런 사람이 있었습니다.

– 글: 이정하님 / 그림 : 김성희님의 ‘그리움’

P.S.

친구가 여자 친구와 다투었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오래전에 이미 헤어진 것으로 알고 있던 저는 또 다른 친구에게 묻습니다.

아직 마음 정리를 하지 못했었나봐….

사람을 좋아한다는 것.

그 의미를 이제야 조금 알 것 같습니다.

– 따뜻한 비. [작문노트 2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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