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세이] 형은 학교가 그렇게도 좋아?

학교

“형은 학교가 그렇게도 좋아?”

언젠가 후배가 대학 캠퍼스를 찾은 나를 보며 한 말이다.
늘 고민이 있거나 생각할 시간이 필요할 때면 나는 늘 모교 캠퍼스를 찾고는 한다.
졸업을 한지 이제 두해가 지나가고 있지만 발길이 닿는 교정 곳곳에는 아직도 생생하게 지난 대학 시절의 추억이 배어 있어 발걸음 하나하나에 옛 추억들을 일깨워내고 있다.

바쁜 일상의 시름에서 벗어나 이렇게 잠시 여유를 가질 수 있는 내 자신이 오늘은 너무나도 행복하다는 생각을 하여 본다.
따뜻한 봄 햇살을 맞이하며 걷고 있는 교정의 대학생들과 이제 막 잎을 돋으려 하는 나무들이 교정에 한껏 분위기를 자아내고 있어 바라보는 이로 하여금 행복감을 안겨 주고 있기때문이다.

어느새 나도 사회인이 다 되어 가고 있는 것일까
설날이 지나고 또 한살의 나이를 먹어가면서 이제껏 지내온 생활들을 되돌아보고 있자니 뭔가 아련한 아쉬움같은 것이 하나 둘 쌓여 가고 있는 것을 보면 말이다.

갓 대학을 입학한 새내기 시절.
세상의 모든 것들에 대해 도전해 보고 싶고, 또 할 수 있다는 강렬한 열정이 가득했던 그 시절의 내 모습은 어디로 간 것일까.

이젠 그러한 열정어린 모습들 보다 세상을 조금 재어 보는 시야와 한번씩 더 두드려보고 돌다리를 건너는 어른이 되어 가고 있는 것 같다.

어른이 된다는 것

삶의 긴 여정에서 내가 서 있는 이 자리의 또 다른 내일을 향해 끊임없이 이어지는 경주에 나 또한 참여해야 한다는 것….

하지만 나에게 있어 잃은 것보다 얻은 것이 더 많다고 생각하기에 결코 후회하거나 좌절하지는 않는다. 나를 믿어 주는 친구들과 동료들, 내가 내딛는 한발 한발에 든든한 믿음을 주시는 후원자들이 있기에 나는 오늘도 용기를 낸다.

그리고 내가 가장 소중하게 여기는 나의 자산, 나의 제자들이 있기에 내가 걷고 있는 이 길이 외롭거나 쓸쓸하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누군가를 만난다는 것.
누군가에게 소중한 그 무엇으로 기억될 수 있다는 것.
그리고 내가 지금 누군가에 추억을 만들어 주고 있다는 것.

이 모든 것들이 지금의 나를 다른 그 무엇보다도 기쁘게 해 주고 있음을 나는 안다.

얼마전 학교 재직 시절에 만난 학생으로부터 연락을 받아 인사동에서 점심을 함께 했다.
한껏 멋을 부려 새내기 대학생이 된 모습을 보여주던 제자의 모습속에서 지난 추억들을 한올 한올 꺼낼 수 있었다. 나에게 제자가 들려주는 학교 시절의 나의 모습속에서 제자와의 즐거운 이야기꽃을 피우는 나의 모습은 다른 어떤 순간들보다 행복하고 따뜻했다.

하지만 제자는 몰랐을 것이다.
제자의 한마디 한마디 이야기 끝을 놓지 않으려 안간힘을 쓰고 있는 나의 노력을….

캠퍼스가 학생들의 이야기들로 조금씩 북적거려지기 시작한다.
다들 오후 수업이 끝나고 공강시간이 된 듯 싶다.

나도 이제 자리를 일어 나야겠다.

다시 나의 자리. 내가 서 있어야 할 자리로 돌아가야 할 시간이니까.

얼마간의 시간이 흐르고
나는, 다시 이 공간을 찾아 올 것이다.

그때는 지금보다 더 성숙한 모습으로… 조금 더 어른이 되어간 모습으로… 이 공간을 내딛겠지.

언제든 꺼내어 볼 수 있는 아름다운 추억이 있다는 것.
그리고 추억을 함께 나눌 수 있는 누군가가 있다는 것…
이것이 나를 행복하게 만드는 시간이다.

– 2002년 2월 15일 (금)
– 졸업 시즌을 접해서 ….. 고려대 캠퍼스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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