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 돌아가는 행장(歸裝)

법정 스님

#돌아가는 행장(歸裝)

맑은 선비의 돌아갈 때의 행장은 모든 것을 벗어던진 듯 조촐하여 낡은 수레의 야윈 말인데도 그 산뜻한 바람이 사람들에게 스며든다. – 정약용, 목민심서 解官 6조

고려의 최석(崔碩)이 승평부사가 되었는데, 승평의 옛 습속이 매번 수령이 갈려 돌아갈 때 반드시 말 여덟 마리를 바치되 가장 좋은 말을 골라가도록 하였다. 그가 돌아갈 때가 되자 고을 사람들이 습속을 따라 말을 바쳤다. 그는 웃으며 “말은 서울까지 갈 수 있으면 되는데, 고를 필요가 있겠는가?”하고, 서울 집에 도착하자 그 말들을 모두 돌려 보냈다. 고을 사람들이 받으려 하지 않자, 그는 “내가 물욕이 있다고 생각하여 안 받으려 하느냐? 내 암말이 너희 고을에 있을 때 마침 망아지를 낳아 그 망아지를 데려왔다. 이는 나의 물욕이다. 지금 너희들이 말들을 돌려받지 않으려는 것은, 혹시 내가 물욕이 있음을 엿보고 겉으로 사양하는 것이라 생각하기 때문이 아닌가?라고 말하고는 그 망아지까지 함께 돌려 보냈다. 이로부터 그 습속이 마침내 없어졌다. 고을 백성들이 비석을 세우고 팔마비(八馬碑)라 불렀다.

-인용. 정약용. 다산연구회 편역. 정선 목민심서 p.328 – 330 [창비]
-이미지. 법정스님. 도서 ‘아름다운 마무리’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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