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 후회없는 그리움, 관계는 기억이다.

에드워드 호퍼, 나이트 호크(1942)

# 후회없는 그리움, 관계는 기억이다.

호퍼는 세상에 혼자 남겨진 도시 속의 외로움이 어떤  것인지, 아무도 맞아줄 사람 없는 황량한 거리가 어떤 분위기인지 너무나도 잘 아는 화가이다. 이 그림은 배경이 온통 짙은 녹색으로 무겁게 내려 앉아 있는, 차분하다 못해 숨막히도록 조용한 도시를 보여주고 있다. 그곳에서 등을 보이고 혼자 앉아 있는 남자는 고독해 보인다. 철저히 혼자인 듯하다. 그러나 만일 그가 먹고 있는 음식이 추억 속의 그리운 사람을 마음속으로 불러왔다면 그는 결코 혼자는 아닌 것이다.

-이주은, ‘그림에, 마음을 놓다’ 중에서 p.131

[독서] 열심히 사는 일과 의미 있게 사는 일

꽃

#열심히 사는 일과 의미 있게 사는 일

프로그램 개발자로 일하던 초창기 시절 나는 샤론 와인버그라는 사장이 지휘하는 프로젝트에 참여하였다. 그녀는 깨어있는 경영자의 표본이라고 할 만한 사람이었다.
어느 눈 내리는 날, 나는 불안정한 사용자 데모 프로그램을 손보기 위해 아픈데도 불구하고 회사에 나왔다. 샤론은 내 사무실에 들어와서 내가 탁자에 기대어 간신히 서 있는 것을 보았다. 그녀는 나갔다가 몇 분 후에 스프가 담긴 그릇을 들고 들어왔다. 그녀는 내게 그것을 주며 기운을 북돋아주었다. 내가 바쁜 관리자 업무를 하면서 어떻게 이럴 시간을 다 냈느냐고 묻자, 그녀는 예의 그 유명한 미소를 지으며 이렇게 말했다.

“톰, 이런 게 바로 경영이랍니다. ”

– 인용. 톰 디마르코,티모시 리스터의 <피플웨어> 중에서 

[논어] 교사와 학생간에는 얼마간의 믿음이 있어야 하는가?

꽃

# 교사와 학생간에는 얼마간의 믿음이 있어야 하는가?

공자가 노나라의 양호로 착각되어 광의 군대에 둘러싸여 생명이 위험하게 된 일이 있었다. 이때 안연이 행방불명이 되었다가 뒤늦게 따라왔다. 공자께서 크게 기뻐하시며  “나는 네가 붙들려 죽은 줄로만 알았구나!” 하셨다. 이에 안연이 스승의 무사하심을 보고 역시 안심하여 “선생님께서 살아 계신데 제가 어찌 가벼이 죽겠습니까?” 하였다. -논어 11편 선진22장


Cofee Break.

애제자에 대한 스승의 지극한 사랑과 제자의 스승에 대한 절대적인 신뢰가 엿보이는 감동적인 장면이 아닐 수 없다. 천하가 뒤숭숭하고 어지러운 춘추 말기에 도를 위하여 천하를 방랑한 공자와 그 제자들은 많은 고통과 위험을 당해야만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깊은 사랑과 절대적인 존경으로 시종 변함 없는 서로의 굳센 의지를 확인했음을 알 수 있다.

공자의 제자 3천명 가운데 육예에 통한 사람이 72명이었는데, 그 중에서 호학으로 이름난 사람은 오직 안회 한 사람 뿐이었다. 논어 전편을 통해 여러 번 언급되고 있는 안회는 공자가 가장 아끼고 사랑하는 제자였음을 쉽게 예상할 수 있게 한다.

안회의 성은 ‘안’, 이름은 ‘회’이며, 자는 ‘자연’으로 노나라 사람이다. 공자보다 30세 연하이며, 41세에 공자 보다 먼저 작고했다.

– 인용. 김석원님의 ‘논어’ 중에서 p.241

[독서] 시간과 함께 낡아질 것을 걱정하지 않고 깊어지면 된다.

그래도, 사랑

#9. 시간이 흘러 낡아지는 것과 깊어지는 것

‘새 구두를 신었더니 발이 많이 아파’

그리고 잠시 후,
택시에서 내렸을 때
여자는 자신의 낡은 운동화를 들고
집 앞에 서서 기다리는 남자를 만났다.
두 사람은 자주 함께 걸었고
그래서 남자의 트렁크에는 여자의 오래된 운동화가 있었다.

익숙한 신을 신고 나니 깊게 숨이 쉬어졌다.
살 것 같다며 웃는 여자에게
남자는 ‘오늘 참 예쁘다’고 말해주었다.
그건, 그 사람 방식의 위로였다.
여자는 웃으며 남자의 팔짱을 끼었고
마주 닿은 팔 사이로 유난히 따뜻한 평화가 흘렀다.

여자는 생각했다.

‘시간과 함께 낡아질 것을 
걱정하지 않고 깊어지면 된다.’

하루하루가 깊어지고 편안해지며
이제는 무엇으로도 바꿀 수 없게 된 남자가 옆에 있어 여자는 고마웠다.

아픔을 잊었다.

 

– 정현주 작가님의 ‘그래도, 사랑’ 중에서 p.83

[좋은글] 대상을 콕 짚어서 말하라.

물감

# 대상을 콕 짚어서 말하라.

어느 마을에 ‘모두everybody‘와 ‘누군가somebody‘, ‘아무나anybody‘ 그리고 ‘아무도nobody‘라는 네 사람이 살고 있었다. 어느 날 마을에 중요한 일이 생겼다. ‘모두’는 ‘누군가’가 틀림없이 그 일을 할 것으로 생각했다. 그러나 ‘아무도’ 그 일을 하지 않았다. 이를 보고 ‘누군가’가 매우 화를 냈다. 왜냐하면 그건 ‘모두’가 할 일이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결국 ‘아무나’ 할 수 있는 일을 ‘아무도’ 하지 않았다.

‘최초의 펭귄’을 만들어라. 전 직원을 대상으로 쓰지 말고 선택된 몇 사람에게 은밀하게 써라. 전 직원을 상대로 연설하지 말고 몇 사람만 불러서 조용히 얘기하라. 특별히 선정된 사람은 위험을 무릅쓰고 바닷물에 뛰어들 것이다. 그러면 주저하던 펭귄 모두 일제히 그 뒤를 따를 것이다.

– 강원국님의 ‘회장님의 글쓰기’ 중에서 p.145

 

 

[독서] 상대방의 WHY를 이야기하세요, 언제나

문구

# 상대방의 WHY를 이야기하세요, 언제나

개발자가 힘들고 지치는 건 팀장의 문제가 아니지만, 데드라인을 맞추지 못해서 클라이언트와 문제가 생기는 건 팀장의 문제(WHY)입니다. 얼른 해결해야겠다는 초조함이 몰려오기 때문에 아까와는 달리 적극적인 태도가 될 겁니다.

자신의 WHY를 이야기한 것과 상대방의  WHY를 내세우는 것 중에 어느 쪽이 원하는 걸 얻을 수 있는지는 분명합니다. 그러니 비장한 마음으로 상사나 클라이언트에게 제안하려고 들어가기 전에, 잠시 이 질문을 생각해 보시기 바랍니다.

‘이게 왜 상대방에게 의미가 있지?’

대답을 찾으셨다면 그게 대화의 중심입니다.
나의 WHY는 뒤에 덧붙여도 충분합니다.

– 박소연님의 ‘일 잘하는 사람은 단순하게 말합니다.’ 중에서 p.043

[채근담] 지난 일은 잊으라

편지

#82. 지난 일은 잊으라.

바람이 성긴 대나무에 불어와 소리를 내다가도 바람이 지나가면 대는 그 소리를 더 이상 내지 않고, 기러기가 쓸쓸한 못을 지나가면서 그림자를 드리우지만, 기러기가 지나가고 나면 못에는 그림자가 남지 않는다. 그러므로 군자는 일이 닥치면 마음이 그제서야 나타나고, 그 일이 지나가면 마음도 따라서 비게 된다. – 홍자성, 채근담 #82


Coffee Break.

연말을 맞이하는 지금,
저녁 무렵 서재에 가만히 앉아 생각에 잠겨 봅니다.
마음속으로, 올 한해 지나간 일들에 대한 기쁜 일과 고마운 이들에 대한 감사함을 생각하지만, 가끔은 답답하고 속상한 일, 누군가에 대한 한없이 섭섭한 생각들이 쉽게 사라지지 않고 오래도록 남아 마음을 상하게 하고는 합니다.

이럴 때, 저는 서재 안 상자에 보관해 두었던 편지들을 꺼내어 읽어보고는 합니다.
이제는 얼굴조차 잘 기억이 나지 않지만, 한 글자 한 글자 정성스럽게 연필로 써 내려간 편지글을 읽다보면, 편지 글귀 사이로 떠오르는 옛제자들과의 추억들로 마음 한켠에서 시작된 따뜻함이 서재 방안을 가득 채우고 있음을 느끼게 됩니다.

한해 한해 늘 다짐과 후회들을 반복하는 삶이지만,
원망과 시기가 아닌 서로의 건승을 기원하는
바로 지금 이 순간순간에 최선을 다하는 삶을 살고 싶습니다.

제가 아는 모든 분들에게 연말연시 따뜻한 안부 인사말씀을 전해드립니다.

– 2024.12.26.
– 따뜻한 비

 

 

[좋은글] 물소리 바람소리

물소리 바람소리

#물소리 바람소리

대밭에서 서너 발 되는 장대를 베어다 앞마당에 빨랫대로 걸어 두었다. 헛간에서 헌 판자를 주워다가 또닥또닥 손논림 끝에 한 자 높이의 보조 경상도 하나 만들었다.
방 안 벽에 대못을 두 개 박아 가사와 장삼을 걸고, 반쯤 꽃이 핀 동백꽃 가지를 꺾어다 백자 지통에 꽂아 놓으니 휑하던 방 안에 금세 봄기운이 감도는 것 같았다. 그리고 임제 선사의 어록 중에서 좋아하는 한 구절 ‘즉시현금 갱무시절’이라고 쓴 족자를 걸어 놓으니 낯설기만 하던 방이 조금은 익숙해졌다.

바로 지금이지 다시 시절은 없다는 말.

한번 지나가 버린 과거를 가지고 되씹거나 아직 오지도 않은 미래에 기대를 두지 말고, 바로 지금 그 자리에서 최대한으로 살라는 이 법문을 대할 때마다 나는 기운이 솟는다.

우리가 사는 것은 지금 이 여기다. 

이 자리에서 순간순간을 자기 자신답게 최선을 기울여 살 수 있다면, 그 어떤 상황 아래서라도 우리는 결코 후회하지 않을 인생을 보내게 될 것이다.

– 인용. 법정스님의 대표산문선집 ‘맑고 향기롭게’ 중에서 p.93

[좋은글] 야금야금

야금야금

“한 번에 다하면 편하겠지요. 단박에 완성하고 짧은 시간에 결과를 맺는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그러나 모든 일은 시간을 훌쩍 뛰어 넘어 일어날 수 없다는 것이 인생의 이치입니다. 일과 배움, 능력, 재능, 사람과의 관계까지 야금야금 시간이 쌓이고 경험이 더해지면서 깊어지고 넓어지고 발전하는 것이지요. 당장 잘하겠다고 생각하지 말고 지금 할 수 있는 만큼만 하겠다고 결심하는게 중요합니다. 그렇게 야금야금 하면 지치지 않고 오래 즐기며 할 수 있게 됩니다. ”

“인생의 즐거움과 재미는 완성에 있지 않습니다. 그 과정에서 조금씩 흩뿌려져 있는 것입니다. ”

-인용. 이근후님의 ‘나는 죽을때까지 재미있게 살고 싶다. ” 중에서 P.321

베르나르 브네 : ” 선-흔적-개념” 전

베르나르 브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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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ernar Venet

Line – Trace – Concept 

 2007. 5. 18 – 7.22

과천 현대미술관 제1전시실, 중앙홀, 야외공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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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미지의 영역에서 헤매는 것을 좋아한다.

그것을 알아내기 위해서가 아니라 그 거리를 깨닫기 위해서…”

“I am fascinated by what i don’t understand, in love with being lost in an unknown area, not in order to figure it out ,but in order to appreciate the distance.”

– Bernar Venet(1941-)

P.S.

브네의 작품을 보다 보면, 그는 수학에 대한 상당한 관심과 애정을 갖고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작품을 보고 나오는 마음 저편으로,
오래도록 하고 싶었으나 놓고 있었던 토플로지가 가슴 깊이 밀려왔다.

– 따뜻한 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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