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생 계획표 같은 그림
나는 네모가 좋다. 네모가 지니는 사각의 예리함이 좋고
사각을 향해 뻗어있는 직선의 거침없음이 좋다. 네 개의 각이 주는 안정감이
든든하고, 그 경쾌함이 매력적이다.
친구도 그저 둥글둥글하게 이래도 좋고 저래도 좋은 동그라미보다는 가끔은
가슴 아픈 충고도 할 줄 아는 직선 같은 친구가 더 믿음직스럽다. 반지도, 귀걸이도,
목걸이도 특이한 사각을 보면 사고 싶은 생각에 어쩔 줄을 모른다. 이런 나의 사각 예찬이 몬드리안의 <컴포지션>을 만났을 때의 그 감격은 이루 말할 수 없었다.
정리되지 못한 나를 시각적으로나마 정돈시켜주기 때문이었을까.
절제되고 균형잡힌, 어느 쪽으로도 치우치지 않은 색의 무게와 비례는 마치
철저한 계획 아래 제작된 한 사람의 인생 계획표 같은 느낌을 준다.
지나온 시간들의 시각적 그래프.
기뻤던 시간, 방황했던 시간, 슬펐던 시간, 의지와는 상관없이 흘렀던 시간,
이 모든 시간들이 하나씩 색깔이 되고 그 시간을 헤쳐간 나의 모습이 때로는
굵은 선으로 혹은 가는 선으로 화면 위에 나타나 있다.
내가 지나온 시간들을 화면에 담는다면, 어떤 색이 가장 많을까.
– 글 : 한젬마님의 ‘그림 읽어주는 여자’ 중에서 p.60 [명진출판]
– IMAGE : Piet Mondrian (Dutch, 1872 – 1944). Composition with Large Blue Plane, Red, Black, Yellow, and Gray (1921)
Coffee Break.
오랜만에 되찾은 내 어린 기억들…
그 속에서 발견한 순수한 사랑
한젬마는 ‘기억’의 의미를 가꿀 줄 아는 사람이다.
-2001.3.17.(sat)
-대학로에서